“4년째 ‘똥값’입니다 … 노지감귤 최저가격 보장하라!”

제주 농민들, ‘개방농정 철폐·감귤가격 보장’ 투쟁 선포

  • 입력 2021.10.10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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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제주도 농민들이 지난 5일 서귀포시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도 농민들이 지난 5일 서귀포시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4년째 감귤가격이 똥값입니다. 70만톤 내던 것을 40만톤으로 줄이며 감별과 폐원을 거듭했는데 왜 아직도 똥값이란 말입니까. 한관에 3,000원도 못 받으면서 어떻게 자식들 교육을 시키고 농가부채를 갚는단 말입니까. 도대체 정부는 무얼 한단 말입니까. 하도 답답해서 이렇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서귀포 일대에 제주도 농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노지감귤의 주 출하시기를 앞두고 지난 5일 개방농정 철폐와 감귤가격 보장을 위해 서귀포 농민들이 모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서귀포농민회(회장 최용범, 서귀포농민회)는 서귀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약 3시간 동안 서귀포 일대를 돌며 차량시위를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태형 서귀포농민회 부회장은 “월동채소는 정부의 수입농산물로 가격이 폭락하고 노지감귤은 4년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에 “제주형 공익시장 도매인제를 도입해 감귤유통의 다변화를 꾀하고 감귤가격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감귤은 매년 가격 하락을 반복하며 제주 농민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감귤위원장은 “노지감귤 한관(3.75kg)당 생산비가 3,500원이다. 지금 극조생 감귤 출하 초기인데 가격이 아주 안 좋다. 한관 당 2,500원 정도로 형성됐는데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김태형 서귀포농민회 부회장은 “인건비와 비료값이 올라 (감귤) 한관당 4,000원에서 4,500원은 받아야 생활이 유지된다. 인건비가 안 나와 주로 가족에 친인척을 불러 일한다. 생산해 봐야 적자다”라고 말했다. 농약값, 비료값에 인건비, 상자값, 선과료(과일 선별 비용) 등의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은 이달 감귤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3% 증가했으며 지난해 대비 품질 저하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윤천 감귤위원장은 “지난해 가을장마로 인해 당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가격이 더 내려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추석 이후 날씨가 좋아 당도가 상당히 올라왔는데 가격은 그대로다. 소비자들이 싸게 산다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은 걸 보면 품질저하가 농민들에게 싸게 사려는 상인들의 핑계이자 언론플레이로 작용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한 농민은 “육지로 올라가는 도중 일부 감귤이 부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가격이 말도 안되게 떨어지지만 다시 가져올 수 없는 노릇이라 그냥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천 감귤위원장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다. 공익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산지에서 직접 거래한 후 중간 유통 없이 물량을 바로 올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올해 첫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노지감귤 가격안정관리제’에 대해서도 “농민들이 최저가격보장을 외친 결과이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농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생산비를 보장받는 최저가격이 아닌 적정가격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는 특성상 물류비가 많이 드는 지역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감귤의 90% 이상이 육지에 나와 가락시장이나 지방공판장으로 출하되지만 운임비는 전액 농민들이 부담한다. 제주도 해상물류비 지원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이날 서귀포 농민들은 △해상물류비 즉각 시행 △공익형시장도매인제 도입 △농가인력 대책 수립 △토지개혁 단행 등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할 10대 농민요구안을 만들어 1만 농민운동을 조직할 것을 결의했고, 11월에 있을 농민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시장도매인제 도입’, ‘감귤유통혁신’, ‘해상물류비 지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15대의 트럭이 서귀포를 한바퀴 돌면서 시민들에게 농민의 입장을 전했다.
‘공익시장도매인제 도입’, ‘감귤유통혁신’, ‘해상물류비 지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15대의 트럭이 서귀포를 한바퀴 돌면서 시민들에게 농민의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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