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쇠고기 완전개방과 축산의 운명(2)

  • 입력 2008.09.01 11:55
  • 기자명 김영규 홍성풀무생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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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축산은 관행적인 축산의 위기가 가속되는 만큼 축산농가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또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커져가는 만큼 소비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환경축산 역시 시장과 경쟁이라는 기본질서를 넘어서고 있지 못하며, 근본적으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과 대응전략이 전제되지 못한다면 관행축산과 별반 다를 바 없다.

▲ 김영규 홍성풀무생협 상무

친환경축산이 대안이 될까?

현재 국내 친환경축산물에 대해서는 유기축산 인증과 무항생제(無抗生劑) 인증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유기인증의 경우 일반사료의 두 배에 달하는 사료비, 세배 이상의 사육필요면적 등에 비해 미처 형성되지 않은 시장과 유통업자들의 농간 때문에 유기생산에 도전했던 농가들은 대부분 인증을 포기해야만 했다.

전체 축산물 시장규모의 0.1%에도 못 미치는 유기인증 축산물이 시작과 동시에 과잉판정을 받을 만큼 시장의 협소함과 (‘무항생제’는 알아도 ‘유기’의 의미는 모르는)소비자의 인식부족이 크게 한몫했다. 친환경적인 축산은 분명히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친환경농업과의 순환적인 구조를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축산을 단지 고기만 생산해내는 사업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축산의 분뇨는 수천 년간 그러했듯이 지금도 여전히 땅으로 되돌려져 땅을 비옥하게 하고 그 힘으로 곡물과 채소를 키워내는 소중한 자원이다. 축산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화학비료가 대신해 땅을 좀 먹게 될 것이고, 그만큼의 파괴비용을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가 하면 오염된 땅과 물과 사람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사회가 부담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순환농업이 그나마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농업은 소농 가족복합영농적 구조를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왔고 경종과 축산의 복합적인 영농이 이루어져왔다.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바람직한 농업구조를 이루어나가는 일도 역시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농업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규모화 하지 않은 소농, 전업화 하지 않고 벼농사와 채소농사에 소까지 키우는 복합영농을 농정당국은 정리대상으로 분류하고 농림사업으로서의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것을 특화시키고 조직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가단위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면 많은 투자와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게 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개별농가가 소를 100마리로 늘려 키운다고 해도(한우사육농가의 80%는 20두 이하를 키우고 있는 소농이다) 수천수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미국의 축산농가와는 어차피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개별 농가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작은 농가들을 묶어 세워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에 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개별농가 차원에서는 사료비를 낮추는 것도 어렵고 하다못 해 인증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벅찰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집단화하면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농기계 역시 농가단위로 구입할 때보다 작목반 또는 마을단위로 활용할 수 있어야 기계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순환농업에 대한 접근도 이제는 개별농가 단위보다는 마을과 지역단위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길이 소경영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대경영을 실현하는 우리의 길인 것이다. 양돈농가와 연계해 전용적인 조사료포에는 완전 부숙된 분뇨를 투입하여 양돈농가의 숙원인 분뇨처리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농을 모아 규모화하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데 있어서는 몇 가지 제약과 함께 특별한 노력도 필요하다. 소농들이 집단화를 통해서 이른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처방과 해법이 쉽지 않다.

순환농업 마을단위 접근해야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소농 복합영농이 가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문성 부족, 자본력 부족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소농이 생산한 것이라 하여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서는 시장에서 대응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시장교섭력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마을단위 또는 생산조직 및 지역단위로 기술개발, 교육을 통해 품질을 높여내고 행정적인 지원을 통해 소경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값싼 고기를 수입하겠다는 농정 아래서는 제아무리 친환경축산이라 해도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생산비를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든지 유럽 등에서 볼 수 있는 직불금으로 생산비를 보전하고 대신 소비자는 값싸게 사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즉, 농축산업을 공익적 가치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희망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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