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들의 머릿속에 농민은 없다

  • 입력 2021.10.10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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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지금 각 당은 내년 3월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과정으로 분주하다. 숱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농업공약은 보이지 않고, 간혹 농업정책을 얘기하지만 주체인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식량안보, 탄소중립, 먹거리 빈곤 해소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선주자들은 여전히 성장지상주의에 빠져있고, 기후위기 정책 또한 녹색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기술적인 요소로만 접근한 채 탄소 절감에 대한 의지가 없다.

지금 농촌에선 벼, 과수 수확과 마늘, 양파 등을 정식할 때가 다가오는데 올봄 겪었던 최악의 인력난이 또다시 되풀이될까 벌써부터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그 와중에 각당 대선주자들은 스마트팜, 농식품수출단지, 디지털화, 관광벨트사업 등 그럴싸한 이름의 정책들을 농업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묻고 싶다. 그래서, 단추 하나만 누르면 농사가 저절로 지어집니까? 아무리 기계화가 돼도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는데, 농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건지 무지한 건지 아니면 정말 관심이 없는 건지 식량자급률 21%인 식량수입국에서 이렇게 한가하니 실패한 정책들만 되뇌고 있다는 게 절망스럽다.

농촌지역은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축사, 태양광 발전시설들로 인해 주변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축사와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곳엔 수십 개의 전봇대와 철탑들이 논밭을 가로지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휴식공간인 농촌관광은 농촌경관이 유지돼야 가능하다.

정부는 대규모 스마트팜 시설을 지어놓고 청년농민 육성정책과 연계시키고 있다. 청년농민들을 빚쟁이로 만들겠다는 정책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청년들은 연봉 2,000만원을 더 얹어준다 해도 도시에서 살려고 하지 농촌에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물며 힘들고 돈도 안 되는 농사일을 누가 하려 하겠는가.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부장적인 농촌문화, 문화시설의 부재, 생활시설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농지문제, 주택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애매한 정책으로는 예산만 낭비할 뿐 농촌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

벼 수확기가 시작됐는데 나락값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농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9월 내내 장마비가 내린 탓에 최근 병충해가 늘고 있어 수확량조차 예측하기 힘들다. 작년엔 워낙 작황이 안 좋아 그나마 오른 나락값 덕분에 적자는 면했다. 지금 재고미가 바닥났는데도 나락값이 떨어지는 것은 지난 8월 정부가 무리하게 공매를 실시한 탓이 크다. 치솟는 인건비와 자재값을 나락값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농사지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아이를 교육시켜야 할 젊은 농민들이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10월 15일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2회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행사를 준비 중이다. 최악의 인력난으로 여성농민들의 노동시간이 대폭 늘다 보니 과도한 노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골병뿐이다. 청년 여성들이 농촌에 들어오지 않는데 여성농업인의 날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얼마 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특별위원회 주최로 여성농어업인의 법적 지위 인정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실제 농사를 짓지만 정책 대상에서는 소외되는 여성농민의 현실을 꼬집고,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여성농민을 농민으로 인정해달라’,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요구지만 현재의 농업농촌 식품산업기본법과 농어업경영체법이 농가 단위 경영주 중심으로 설계돼 여성농민들은 유령농민에 가까웠다. 경영주와 똑같은 권리보장을 위해 도입된 공동경영주제도 또한 아직까지 어떠한 법적인 조항도 없고, 권리보장 방안도 제시돼 있지 못했다.

이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11월 17일 전국여성농민대회 및 농민총궐기를 통해 여성농민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더이상 못 살겠다! 여성농민 권리 보장하라! 성평등한 농업정책 실현하고 새로운 농민등록제 마련하자! 30년 개방농정 끝장내고 농정 틀을 바꾸자! 농민기본법 제정하자! 농지는 농민에게! 공공수급제 실현으로 농산물 가격 보장하라!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공익직불예산 확대하라! 농업예산 5% 확보하라! 밥 한공기 300원 보장하라! 농업인력 대책 마련하라! 공공급식 확대하고 먹거리기본법 제정하자! 재해보상법 제정하라!

마지막 절규로 대통령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 사활을 걸고 식량주권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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