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한울고 아이들도 놀라는 우리 농업·농촌의 현주소

  • 입력 2021.10.02 10:14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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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2학기 접어들면서 곡성 한울고등학교의 ‘한울텃밭정원프로젝트’ 팀은 연일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방학동안 아이들의 손이 가지 못한 생태텃밭은 그야말로 밀림이다. 개구리참외와 뒤엉킨 바랭이를 뽑아내고, 갓끈동부보다 더 힘차게 세를 불리는 환삼덩쿨을 걷어내고, 배추밭을 만들어 구억배추와 무릉배추 모종을 옮겨심고 쥐꼬리무를 점뿌림했다.

오늘은 뿔시금치랑 아욱을 파종하기 위해 옥수수 밭을 정리하는데 수업 첫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기진맥진해 있다.

“아~ 그냥 확 제초제 뿌려요 쌤~!”

“맞아! 풀 뽑다 죽으나 농약 중독으로 죽으나 매한가지에요!”

“면사무소에서 관리기 빌려다 그냥 갈아버리면 안될까요?”

힘든 아이들은 투덜거리기 시작했고 저마다 알고 있는 편한 방법의 해결책을 툭툭 던졌다. 더이상 농사수업을 진행하면 원성만 커질 듯해 쉼터 그늘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시원한 물 한 잔씩 마시고 제초제에 들어있는 글리포세이트라는 성분이 발암물질이고 농부들의 건강뿐 아니라 토양과 작물에 잔류하여 토양생태계를 위협하고 먹거리 소비자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얘기해보자고 제안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에 들어갔다. 곡물자급률은 세계 최하위이고, 농약 사용은 선진국의 10배, 식용 GMO 수입국 1위, 전체인구 중 농가인구는 4%, 고령자 비율이 46.5%로 그마저 매년 10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 청년농부가 유입되면 되겠네요? 아이도 낳고 농사도 짓고…”라는 의견이 있었고, 우린 또 폭풍검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농가소득은 25년째 1,000만원 수준으로 농사수입만으로 생계 어려움, 농가소득 1,000만원 미만 65%, 1억원 이상 3%로 양극화 심화, 도농 간 소득격차 65.5%, 교육·문화시설 미약 등을 찾아냈다.

“미치지 않고서야 농촌에 들어오는 청년농부는 없겠군요, 그냥 농촌은 문 닫아야겠어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논리에 잠식된 농업·농촌의 현주소는 기계화된 대규모 기업농에 맞춰져서 가족농·소농을 감소시켰고, 그들이 지켜왔던 종자다양성과 음식다양성까지 잃어버리고 종국엔 농업을 바탕으로 한 마을공동체까지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얘기를 전개했다.

“농촌의 가치는 무엇일까? 단순히 농작물만 생산하는 곳일까?”

UN은 가족농이 기아극복, 식량주권과 영양개선,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무경운 무농약 무화학비료 토종종자 농사가 기후위기 시대 사람도 살리고 토양생태계도 살려서 종국엔 지구를 살리는 농사이며, 작은 텃밭정원이지만 이곳이 한울고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편안한 쉼과 치유의 공간이 되게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기회가 됐다. 아이들은 농사일만 하는 것보다 좋은 시간이라고 씨익 웃는다(몸이 편해서겠지만).

우리나라 내년도 예산에서 농업부문은 또 꼴찌다. 2018년 3.4%, 2019년 3.1%, 2020년 3.1%, 2021년 2.9%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내년에는 2.8%로 더 줄어든다. 또 그린뉴딜 예산 13조3,000억원 중 농업분야 예산은 183억원이고, 탄소중립위원들 중에는 아예 농민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요리에만 관심있고 농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농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음식만 얘기하는 것은 음식포르노입니다. 농업과 음식을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뿌리에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모든 나라가 자신의 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지역이 지역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농업을 존중해야 합니다.”

카를로 패트리니 국제슬로푸드협회장의 말을 인용해주니 “우와~ 쩐다! 포르노래, 음식포르노” 하면서 웃는다. 아이들 웃음이 가득한 가을 하늘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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