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하다

  • 입력 2021.10.02 00: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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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전환의 시대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사회구조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재촉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1차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는 농업분야에서 가장 빨리 나타나고 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먹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이동제한에 따른 새로운 양상의 식량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기 어려우니 에너지 농사를 지으라고 권하고 있고 농촌과 농지에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열병합이라는 신재생에너지 탈을 쓰고 도시인들이 버란 음식물쓰레기,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사료를 포함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1%다. OECD 평균은 102%대다. 아무리 자급률이 낮아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외쳐도 부족한 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는 뿌리 깊은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관료, 학자 그리고 도시인들이 농업을 의식하지 않게 하고 있다. 이러면서 농촌의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도시 노동자와 농민 간 소득격차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농민간 상하위 20% 소득 격차는 1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때 농촌에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고 결론은 규모화, 기업화되지 못하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농업, 농촌은 공익적이고 다기능적인 공공의 가치는 상실한 채 단지 도시민의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전환의 과정이 정의로우려면 농업분야 불평등 문제를 찾아 먼저 해소해야 한다. 첫걸음은 기존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개별화, 규모화, 경쟁 중심의 농정을 폐기하고 국가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내는 것이다. 전환의 과정에서 농민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아야 하고, 기후변화의 압박을 받는 사람들, 특히 소농과 유기농업인, 차별을 당하는 여성농민, 식량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겪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전환이 급속한 사회구조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할을 농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진행해야 가능할 것이다. 국가는 농민들이 직접 전환하는 과정의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한다. 농업이 가지는 공공성을 강화시키고 농업분야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정에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자면 농지를 농민들에게서 빼앗아 태양광 발전시설로 이용해 자본의 이익에 충실하려는 현재의 모습이 바로 농민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탈 탄소 시대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에서 생성되는 신재생에너지를 공영화하고 모든 국민이 신재생에너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스스로 자립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본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해내야 한다. 이것이 전환의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다. 농정도 그렇게 전환돼야 한다.

국가가 운영되려면 식량은 절대적이다. 신자유주의는 식량마저 상품으로 보고 자유무역을 통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그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세계는 전환의 과정에서 식량자급을 위하고 그 식량을 국민에게 공평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향후 한국의 농정은 먹거리를 국민에게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감이 높아져야 하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인식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농정의 결과는 농촌과 농업을 소멸시켰다. 이제는 그만하자. 그리고 껍데기뿐 아니라 근본부터 농정을 바꿔내자. 그것이 농업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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