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염증 다스리기② - 소염진통제의 원리

  • 입력 2021.09.19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잠시도 견뎌내기가 어려운 통증이기에 당장이라도 통증만 멈춘다면 우선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아 복용하는 진통제! 그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과연 진통제를 먹지 않는다면? 그럴 경우 통증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일까요?

필자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언젠가 주말에 치통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치통으로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다음 날도 치통은 계속됐습니다. 작은 도시라 주말엔 모든 치과가 문을 닫아 다음 날에도 치과에 갈 수 없었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진통제도 잘 듣지 않는다는 이 치수염은 거의 해산의 고통에 맞먹는다고 합니다.

통증 때문에 당연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오직 얼음덩이만을 계속해서 아픈 치아에 물고 버티다 보니 참으로 지옥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이라도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체력이 고갈되고 탈진되어서일까요? 졸음이 쏟아지며 조금 통증이 줄어든 것 같아 지친 몸을 뉘었더니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을 잤을까? 그 다음날 깨어 보니 통증은 정말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뒤 자료들을 찾아보니 통증은 우리 몸을 치유하는 과정이니 고통스럽지만 통증을 참아 내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훨씬 우리 몸을 빨리 치유하게 된다는 의학자들의 논문들을 많이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염진통제의 작용 원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은 손상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의 세포가 깨지면서 프로스타글란딘이란 통증유발 물질을 생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유발 물질로 통증이 생겨야만 우리 몸은 경각심을 가지고 그곳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곳을 보호하려는 생체반응의 일환으로 염증치료 세포들을 동원하여 손상된 곳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소염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세포는 여전히 계속 깨져 나가지만 통증만 느끼지 못할 따름이라 경각심을 잃어 아픈 곳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지 못하고, 더군다나 잘 먹어야 한다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논리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먹으며 다시 일을 하게 되니, 쉬어줘야 할 상처받은 몸은 남용이 되어도 깨닫지 못하게 돼 상처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또한 굶으면서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손상된 세포 제거 기능도 배가 채워지면서 발휘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통증은 우리 몸을 쉬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통증이 있어야 우리 몸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며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생리 조건을 갖추게 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식욕이 떨어지며 먹는 것도 중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억지로 먹어서 혈당이 높아지면 낮은 혈당 상태보다 우리 몸의 치료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거나 어쩌면 오히려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증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통증은 우리 몸을 치유하려는 우리 몸의 생리반응입니다. 조금만 아파도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웬만한 통증이라면 가능한 한 참아 보십시오. 그리고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그 소염진통제의 장기 복용은 여러분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려 여러분을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야 말 것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