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 ‘국가식량계획’, 발표는 했으나…

계획안 곳곳에서 농민·시민사회 입장과 ‘엇박자’
구체적 실천방안, 향후 실천방식에 대한 점검 절실

  • 입력 2021.09.19 18:00
  • 수정 2021.09.20 05:3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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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정부 부처 합동으로 지난 16일 국가먹거리 종합계획인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범(凡)정부 차원에서 먹거리의 생산·공급문제와 환경·건강·안전 문제를 아우르는 종합계획을 내놓았다는 의의는 있으나, 그 구체적 실천방안이 어떻게 될지, 향후 어떤 식으로 실천할지에 대해선 여러모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가식량계획은 올해 3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올해 3~6월까지 5회에 걸친 관계부처·이해관계자·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16일 오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논의·확정됐다. 해당 계획은 국제연합(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차원으로도 마련됐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국가식량계획은 크게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먹거리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 3가지 정책 방향으로 나뉜다.

지난 16일 발표된 국가식량계획 주요 내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16일 발표된 국가식량계획 주요 내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우선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는 쌀과 밀,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공공비축 매입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쌀의 경우 기존 매입량이 35만톤이었는데, 내년에는 10만톤을 추가해 매입량을 45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기후위기로 인한 장마의 지속으로, 농식품부는 기존 공공비축 매입량인 35만톤에 못 미치는 33만2,000톤을 매입했다. 지난해 35만톤도 못 채우던 상황에서 45만톤 매입량은 어떻게 채울지, 기후위기 상황에서 국내 쌀 생산량 및 농지는 어떻게 확보할지, 올해 7만톤으로까지 떨어진 정부 양곡창고 국산쌀 물량은 어떻게 확보할지, 수입쌀을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덜 들일지 등에 대한 계획은 국가식량계획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밀·콩의 자급률도 2025년까지 각각 5%, 33%로 늘리겠다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밀·콩 전문 생산단지, 콩 종합처리장 등 관련기반을 확충하고 국산 밀·콩 대량 수요처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요 곡물의 국내 공급기반 마련을 위해, 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지역 푸드플랜(먹거리계획) 수립을 확대하고, 성장단계별로 지원해 국가뿐 아니라 지역 단위 자급력도 키운다는 구상도 보인다. 먹거리계획 수립 지자체를 2020년 91군데에서 2025년 150군데로 늘린다는 내용, 지자체에 먹거리계획 수립 관련 조사·연구를 전담하는 전문가(패밀리 닥터)를 지원해 지역 상황을 진단하게 하는 내용, 지역별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해 공동 가공·판매를 지원하고 공공급식 중심으로 지역먹거리 소비를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먹거리계획 수립 지자체를 늘린다는 것은 고무적이나, 각 지역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수립된 먹거리계획이 농민·시민의 참여하에 제대로 실현될지, 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점검도 향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먹거리 생산·소비
국가식량계획의 친환경농업 관련 내용을 보면, 우선 2025년까지 72개소의 친환경농업 집적지구를 신규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지역단위 경축순환 모델을 내년에 개발해, 가축분뇨로 생산한 비료·전기를 농업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집적지구 조성 중심 친환경농업 육성 방안은 농식품부가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5차 5개년계획) 논의 과정에서 주된 내용으로 내밀었다가, 친환경농업계의 비판을 받고 관련 내용을 조정한 바 있다.

농식품부가 친환경농업계와의 조율 끝에 9월에 확정지어 내놓은 5차 5개년계획 속 집적지구 조성 관련 내용엔 ‘집적지구 72개소 신규 육성’ 내용은 없었다. 국가식량계획에서 처음 나온 내용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환경농업계와 농식품부가 합의한 5차 5개년계획을 기반으로 국가식량계획의 친환경농업 관련 내용이 담겨야 하건만, 벌써부터 ‘엇박자’가 나는 셈이다.

한편으로, 먹거리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줄일 목적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도 들어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 가능한 기한 대비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발생하던 음식물 손실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후적응형 재배기술과 품종을 개발하는 내용(기후적응형 품종개발  : 2021년 303품종·2025년 363품종), 기후변화 모니터링을 통한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2027년) 내용,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농식품분야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10월 중에 발표한다는 내용, 적정시비를 통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2020년 1ha당 266kg에서 2025년 233kg으로 낮춘다는 내용, 지열·폐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시설원예의 확대 내용 등이 담겼다.

먹거리 접근성 보장
정부는 이번 국가식량계획에서 ‘먹거리 기본권 강화’ 내용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2017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던 ‘농식품바우처 사업’에 대해 올해 하반기 본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내년에 실시하는 등의 사전절차를 준비하고자 한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최근 농식품부의 예비타당성 관련 연구와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함께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바 있다. 일단 국가식량계획에 농식품바우처 사업의 본사업 추진 내용이 담긴 건 고무적이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과일간식 지원사업의 경우는 본사업 추진 관련 내용이 없다.

또한 각 부처에서 별도로 제공하는 식품영양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국민의 영양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정부의 현재 구상은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탈에서 농식품부(농축산물), 식품의약품안전처(가공식품·외식), 해양수산부(수산물)의 식품영양정보를 통합 제공해 학교급식시스템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식품영양정보 데이터베이스는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급식 식단 개발 및 영양관리, 식품 영양성분 표시, 영양성분 강화 식품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정부는 또한 2019년부터 농산물에 도입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2024년부터 축산물·수산물로 확대하는 내용, 수입농산물 이력관리 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시키는 내용을 국가식량계획에 담았다. PLS의 경우 등록 약재 부족, 비의도적 오염 등의 여러 문제로 ‘연착륙’됐다고 보기 어렵건만, 추가로 축산물·수산물 분야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함에 따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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