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앞둔 벼 병충해 ‘극심’ … “지난해 피해 못지않을 것”

도열병·세균성 벼알마름병·깨씨무늬병·벼멸구 등 확산세

방제 효과 낮아 심한 경우 수확량 70% 감소 예견되기도

  • 입력 2021.09.14 2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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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3일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일원의 논에서 김규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이 병해충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펴보고 있다. 벼 잎에 나타난 병반과 하얗게 변한 벼알 등으로 깨씨무늬병과 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증상이 확인된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일원의 논에서 김규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이 병해충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펴보고 있다. 벼 잎에 나타난 병반과 하얗게 변한 벼알 등으로 깨씨무늬병과 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증상이 확인된다. 한승호 기자

 

 

“아무리 좋은 약을 쳐도 나아지질 않는다. 지금은 그나마 옆 논 등에 덜 퍼지게 할 목적으로 방제하는 거다. 심한 경우 70% 이상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라오고 있는 태풍 ‘찬투’도 걱정이지만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벼가 쭉정이 상태인 게 더 큰 일이다.”

지난 13일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 일원에서 만난 김규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은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최근 목도열병과 세균성 벼알마름병, 가지도열병에 깨씨무늬병까지 번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규태 본부장은 “전라북도의 경우 천년의 솜씨 브랜드로 대개 신동진 쌀을 재배 중인데 도열병 등에 강한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도열병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 계화면 벼 재배면적이 3,150ha 정도 되는데 그중 70% 이상에서 도열병 포함 깨씨무늬병 등 네 가지 이상의 병이 발생·확산돼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라며 “대개 수확 전까지 2번 정도 방제하는데 올해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수확을 앞두고 5번 넘게 6번까지 방제를 했음에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상황이다. 피해는 이모작 벼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벼알마름병의 경우 세균성이기 때문에 바람 타고 옆 논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도 상황이 나아지질 않다 보니 그저 갑갑한 마음뿐이다”라고 전했다.

깨씨무늬병과 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특약 가입시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농가가 지난해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 보상을 받았던 만큼 올해 보장 수준은 이미 낮아질 만큼 낮아진 상태다. 또 지난해 이미 논란이 됐듯 보험 피해 조사 시 쭉정이 벼까지 수확량에 포함을 시키기 때문에 온전한 보상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게 농민 대부분의 일관된 주장이다.

관련해 김규태 본부장은 “지난해 크게 데인 이후 보험 가입을 안 한 농가도 꽤 많다. 정부에선 사실상 온갖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을 보험 제도로 미뤄둔 채 아무 책임을 떠안으려 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비슷한 수준의 피해가 이어진다면 영농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농가가 넘쳐날 거다”라며 “쌀값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졌는데, 비료를 포함해 농자재값과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기만 해 농지 임차료 내고 나면 방제비도 못 건질 상황이다. 70% 수준의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피해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뒤 공동방제 등의 조치나 특별재난지역으로의 선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인근 정읍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임만수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정읍도 부안과 마찬가지로 도열병과 깨씨무늬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엔 포장에서 멸구까지 관찰되는 만큼 그로 인한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라며 “다가오는 태풍도 걱정인 게 태풍이 지나간 뒤 병해충이 확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병 때문에 알곡이 완전히 여물지 못해 오히려 태풍으로 인한 도복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확량 감소는 피치 못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허수종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관내 재배면적의 40% 이상이 잦은 강우와 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어 생산량 감소에 품질 하락까지 이중고를 겪었다. 전라북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신동진벼를 재배했고, 품종 자체가 브랜드화돼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는 까닭에 많은 농민이 해당 품종을 선택해 재배 중인데 이번 병해충 피해가 신동진 품종에 집중돼 피해가 더욱 막심하다”라며 “최근엔 멸구 발생까지 육안으로 확인된 데다 현장에선 지난해만 못할 것 같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한 현장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라남도에서도 합동 예찰 결과 세균성 벼알마름병과 깨씨무늬병 등이 발생·확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은 “세균성 벼알마름병은 출수기 잦은 강우 시 주로 벼알에 발생하고 감염된 이상은 전체가 엷은 붉은색을 띄며 벼알은 배의 발육이 정지돼 쭉정이가 된다. 깨씨무늬병은 잎에서 원형의 반점으로 병반이 생기고 줄기 전체가 담갈색으로 변하며 벼알 전면이 갈변한다”라며 “생육 후기에 발생하는 이들 병해는 쌀 품질 및 수량에 영향을 미치고 방제가 어려운 만큼 확산 방지에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전북도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벼 병해충 발생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전체 재배면적의 20~30% 수준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인 데다 잦은 강우나 홍수 등 자연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병해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농약대 등의 재난복구비 지원은 불가할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상황이 심각한 전북을 비롯해 전남 내에서도 벼 병해충 발생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화기 이후 이삭 패는 출수기 때 지속된 강우로 병해충이 발생했지만, 최근 강한 햇빛이 쏟아지며 오히려 병이 더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며 “태풍이 지나고 나야 확실해지겠지만, 피해율은 단순히 봐도 20~30%를 훌쩍 뛰어넘는다. 생산량 감소도 큰 문제지만, 등숙률이 떨어져 완전미 비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목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가지도열병, 깨씨무늬병 등이 발생한 벼의 모습. 한승호 기자
목도열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가지도열병, 깨씨무늬병 등이 발생한 벼의 모습.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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