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정책팀, 신설 2년 만에 우등생 자리 꿰차”

[인터뷰]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여성가족부 선정 2021 ‘성별영향평가’ 2관왕 차지

성평등인식, 행정과 현장 모두 높여야 균형점 찾아

  • 입력 2021.09.12 18:00
  • 수정 2021.09.12 19: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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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은 2019년 9월 신설돼 2년이 흘렀다. 개방직 공모로 신설 팀장에 부임한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본인을 ‘조금 다른 공무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운동의 이력을 설명했다. 농사도 지어보고, 농촌여성으로 살았으며, 여성농민운동가이자 여성농민정책 연구자로 현장·민간조직을 거쳐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2년을 뛴 결과 ‘우리 농식품부가 달라졌어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지난 8일 농식품부에서 오미란 팀장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팀이 신설된 지 만 2년이 됐다. 그간의 총평부터 듣고 싶다.

과거에 농촌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어진 뒤 ‘부활’했다. 이 자리를 맡으면서 신설 팀을 맡아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각 여성농업인단체가 얼마나 열망했던 조직인지 알기 때문에 오는 부담이 컸다. 5개 여성농업인단체의 환영 성명을 받으면서 출근한 이는 나말고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걸 뭔가는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강박은 지금도 여전하다.

우리는 양성정책·여성복지·여성인력 3개 팀이 일반적인 성평등과 농촌성평등 문제 뿐 아니라 보육·의료·장학금·여농정책·영농여건 개선 등 사실상 농촌정책국 업무를 총괄하다시피 일하고 있다. 6명으로 시작해 현재 1명이 더 늘어났고 농촌교육문화 영역까지 우리가 맡아 인원·업무 모두 확장됐다.

이건 굉장히 큰 의미의 변화다. 농식품부 전 부서의 정책에 성평등 지표를 기준 삼아 간섭하는 일종의 잔소리꾼 역할을 하다 보니 지금은 타 부서에서 협의하러 오기도 한다. 전담부서가 있다는 건 이렇게 조직·제도·정책 모두 성평등하게 변화하는 촉매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건 진짜 자랑할 만하다, 하는 성과가 있다면.

여성가족부에서 매년 성별영향평가를 한다. 우수사례, 우수기관, 우수담당 3분야인데, 최근에 전국 2만 건의 정책 중 10개의 우수사례에 선정됐고 365개 기관 중 역시 우수담당 10명에 뽑혀 2관왕이 됐다. 내년엔 우수기관도 도전할 생각이다. 다른 부처에는 양성평등담당관이 8명이나 있고 인력지원 등 탄탄한 기반이 있는데, 우리는 일개 과에서 그 역할을 훌륭히 다 해냈다. 굉장히 뿌듯하다.

또 기뻤던 일은 문재인정부 공약이었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도 상당히 많은데 작년에 국민참여예산으로 우리 부처가 2개를 받았다. 영농여건개선사업, 외국인여성노동자 주거지원사업 모두 우리 팀 사업이다. 영농여건개선사업은 1,000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업정책을 설명하고 안전한 농작업 과정, 편이장비 소개 등을 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정책을 2년째 맡으면서 중점을 두는 것은 농촌사회 전체의 성평등 인식 개선 분야다. 농업관련 어떤 교육에도 성평등은 기본이 되도록 수업과정에 포함시키고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지자체에 정책 공문을 전달하는 구조도 농업부서 뿐 아니라 여성·복지관련 부서까지 투 트랙으로 확장하니 파급효과가 컸다.

농촌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농민인데, 농정도 남성농민을 일반대상으로 한다.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

정책담당자의 성별 감수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가 우수사업 공모에 우리 부처에서 아무도 내지 않았다. 낼 만한 과제인데 아쉬워서 정책 담당자에게 역제안을 해 결국 선정이 됐다. 교육과정을 어떻게든 늘리고 참여하고 경험해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 환경에 자극을 줘야 한다. 여성농민단체가 농업관련 다양한 정책에 성별감수성이 녹아들 수 있도록 건의하고 격려하고 독려하는 노력도 함께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조직에서 여성농민정책을 연구하고 비판하던 위치에서 정책담당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장단점을 꼽아본다면.

민간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성농민정책의 문제점을 연구했던 경력이 정책사업을 할 때 오류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답을 알고 왔다고 할까, 핵심을 잘 찾아낼 수 있었다. 그동안의 네트워크가 현장과 함께 움직이는 사업을 할 때 큰 힘이 됐다.

그런가 하면 행정 구조를 잘 몰라서 겪는 시간상의 오류라든가 하고 싶었던 일이 잘 성사되지 않은 것들도 일부 있었다. 하나의 일을 추진하려면 결정과 실행 그 사이에 정말 다양한 단계가 있다. 예를 들어 예산을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행하지 못한다.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도 시행착오 끝에 배웠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성농업인 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서 행정과 현장을 연계하는 구조를 꼭 만들고 싶다. 플랫폼이 있으면 전국 41개 여성농업인센터가 자기역할에 따라 사업을 받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속도감과 완성도 모두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다양한 사업간 협업을 기획해 성과를 더 키울 수 있는 지원구조가 현재는 없다. 정책을 새로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사업만 잘 적용해도 지금보다 성큼 한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담당자가 바뀌어도 현장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예비 여성농민들과 지역 여성멘토들의 네트워크도 구성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에 3년간의 운영평가를 통해 우리 팀을 ‘과’로 승격시키는 일도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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