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정민 농사일기 ‘열매달’ 가을사과 맛보실래요?

한가위 명절 앞두고 홍로·아리수 수확 한창 … 10월 말엔 ‘겨울사과’도 출하

  • 입력 2021.09.12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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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둔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과수원에서 최보란(오른쪽)·윤정민 부부가 홍로 사과의 꼭지를 다듬고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잠시 햇볕을 받은 사과가 붉게 빛나고 있다.
추석 명절을 보름여 앞둔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과수원에서 최보란(오른쪽)·윤정민 부부가 홍로 사과의 꼭지를 다듬고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잠시 햇볕을 받은 사과가 붉게 빛나고 있다.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과수원에서 최보란·윤정민 부부가 홍로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과수원에서 최보란·윤정민 부부가 홍로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홍로 사과 수확에 여념이 없는 최보란씨.
홍로 사과 수확에 여념이 없는 최보란씨.
윤정민씨가 동력운반차에 사과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 상자를 싣고 있다.
윤정민씨가 동력운반차에 사과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 상자를 싣고 있다.
아내 최씨가 운전하는 동력운반차 적재함에 올라탄 남편 윤씨.
아내 최씨가 운전하는 동력운반차 적재함에 올라탄 남편 윤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강원도의 험준한 산세를 배경으로 눈 앞에 펼쳐진 사과 열매의 붉은 빛깔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껴 날은 흐릿했지만 홍로의 붉은 빛깔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세차게 때로는 간간이 흩뿌린 가을비로 인해 물방울이 맺힌 사과엔 생기마저 감돌았다.

“한 번 맛보실래요?” 젊은 농부가 건넨 한마디를 놓칠세라 염치도 내려놓고 거의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가 건넨 사과를 손으로 쓱싹, 몇 번 문지른 뒤 덥석 베어 물었다. 홍로 특유의 달콤함이 ‘짜르르’하게 입안에 감돌았다. 과즙이 풍부했고 신맛은 거의 없었다. ‘가을사과’의 대명사, 울퉁불퉁한 홍로를 마주한 그곳은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서 정성스레 농사일기를 적어가고 있는 젊디젊은 부부의 과수원 ‘열매달’이었다.

“열매달은 9월의 순우리말이에요. 사과 수확 시기도 9월이고 저희가 또 9월에 결혼을 했고(웃음)…. 열매를 맺는 농사를 짓겠다는 다짐에 9월의 의미를 담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보름여 앞둔 지난 6일, 오락가락한 가을비 속에서 최보란(30)·윤정민(33) 부부를 만났다. 약 4,000평의 과수원에서 홍로와 아리수, 후지와 후브락스 등 가을 및 겨울사과를 재배하는 이들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사과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남들보다 일찍 명절 선물을 마련하려는 소비자들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동력운반차에 실린 노란 컨테이너 상자를 일정 간격으로 과수원에 내려놓은 부부는 5년생 사과나무를 차근차근 살피며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빛깔의 열매를 따 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예닐곱 바구니가 모이면 사과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꼭지를 다듬은 뒤 노란 컨테이너에 담아 차곡차곡 쌓았다. 수확도 함께 손질도 함께, 오전 내내 반복된 작업 속에서도 부부는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홍로의 달콤함이 그대로 부부의 행동에서도 묻어나는 듯했다. 짜르르하게!

오전 수확을 마무리하자 부부는 선별기가 있는 저장고로 동력운반차를 몰았다. 운전은 보란씨 몫이었고 정민씨는 적재함에 올라타 사과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를 붙잡았다. 오전에 수확한 물량만 20kg 상자로 14개였다. 선별기에 전원을 켜고 컨테이너에 담긴 사과를 내려놓자 길게 이어진 궤도가 돌아가며 무게별로 사과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5kg 상자를 기준으로 12~18과는 선물용, 16~20과는 가정용 사과로 분류했다. 가정용은 선물용 사과와 비교해 그 달콤한 맛에선 차이가 없지만 외관상 흠집이 있는 열매로 저렴하게 먹기 좋은 사과였다.

“명절 선물용은 벌써 품절이 됐어요. 농협에 보내는 일부 물량을 빼곤 전부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올해도 많은 분들께서 ‘보란이네 가을사과’를 주문해 주셨어요. 한 해를 꼬박 기다렸다가 재구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힘도 많이 나죠.”

선별된 사과를 포장용 캡에 씌운 뒤 상자에 담던 보란씨가 말했다. 상자를 가득 채운 울긋불긋한 빛깔에선 정선 임계의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열매를 맺기 위해 그 시간을 정성스레 가꾼 이들 부부의 노고가 물씬 묻어났다. 가격 또한 가정용 2만원부터 선물용 3만5,000원(5kg 기준)까지 합리적으로 정했다.

정민씨는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약속이고 소통이고 인연이라 생각한다”며 “때에 따라선 손해 본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에 직접 가격을 매기고 소비자들께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끔 시세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가끔 이 문제로 싸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마을 사과작목반 총무를 겸하고 있는 정민씨는 “작목반에서 쓸 명절 선물용 상자를 받아야 한다”며 양해를 구한 뒤 잠시 자리를 떴고 보란씨는 여전히 선별기가 구분해놓은 사과 앞에 서서 포장용 캡을 씌우고 상자에 담느라 손이 분주했다. 친정 오빠(?)의 마음으로 일손도 거들지 못한 채 아쉬운 마음으로 뒤돌아서는데 보란씨가 ‘열매달’과 이들 부부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비닐에 사과를 가득 담아 건넸다.

“수확을 앞두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비가 와서 올해 사과는 (맛이) 좀 아쉬워요. 그래도 농사 열심히 지었으니 맛있게 드셔주시면 고맙겠어요.”

마음 씀씀이까지 열매를 맺듯 정성스러우니 명절이 지난 뒤 다시 나올 ‘보란이네 겨울사과’를 노려볼 일이다. 

보란씨와 정민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란씨와 정민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과 선별 과정을 SNS에 올리기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과 선별 과정을 SNS에 올리기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정민씨와 보란씨가 선별된 사과를 상자에 담고 있다.
정민씨와 보란씨가 선별된 사과를 상자에 담고 있다.
보란씨가 선별된 사과를 포장해 선물용 상자에 담고 있다.
보란씨가 선별된 사과를 선물용 상자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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