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사실화된 물관리 일원화 속 ‘농업·농민 소외’

‘하구와 지속가능한 농업’ 주제로 ‘2021 제1회 농어촌물포럼’ 개최

농업용수 문제 불거질 하굿둑 개방 논의에 농민단체장 참석 ‘전무’

  • 입력 2021.09.1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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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8일 서삼석·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농공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후원한 ‘2021 제1회 농어촌물포럼’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지난 8일 서삼석·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농공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후원한 ‘2021 제1회 농어촌물포럼’이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처음으로 농업용수 공급과 농업 생산성, 식량 안보 등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제의 농어촌물포럼이 개최됐지만 해당 회의 석상에 농민단체장 참석은 전무했고 일부 농민단체에선 포럼 개최 여부조차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농업외면·농민무시’가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며 농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서삼석·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농공학회 주최로 ‘2021 제1회 농어촌물포럼’이 열렸다. ‘하구와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농어촌물포럼에선 생태복원을 위한 금강·영산강 하굿둑 개방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대다수 참석자가 학계 교수인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농림축산식품부 담당 과장, 농민단체 집행위원장 등이 일부 참석했다.

이날 김영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먼저 ‘금강하구 생태복원과 지속가능한 농업용수 이용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한국 갯벌의 연간 총 경제적 가치가 약 16조원이라고 밝히며 금강 하구 현황 및 복원 필요성에 대해 발표한 김 연구위원은 “금강 하굿둑 건설로 순환고리가 차단돼 생태계가 훼손되고 담수호 수질이 악화되는 등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농업 위주였던 과거 사회구조에서 패러다임이 변화하기도 했고 담수호 수질개선과 생태계 복원, 수산자원 회복 등을 위해서라도 금강 하구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금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해수유통을 추진하더라도 이해당사자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하며 금강 하구 취·양수장 용수이용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면서 “하굿둑 시범개방으로 하구에서 3km까지 기수역(해수와 담수가 혼합돼 형성되는 지역)을 복원한다면 3.5km 구간에 위치한 공업용수 취수장의 경우 하수처리장 재이용수를 활용하거나 해수담수화 시설을 추가 증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기수역 복원 구간 10km 달성을 목표로 한다면 지역의 양수장을 금강 상류지역으로 옮겨 서로 연계 운영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산강 하굿둑과 농업용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광야 충남대학교 교수는 “농업용수는 과거 식량 생산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물순환, 방제, 환경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굿둑 축조 목적 자체가 농업용수 이용 활성화와 재해 방지 두 가지인데 영산강의 경우 6만ha의 농지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하굿둑 개방 시엔 용수 염도 상승으로 인한 피해, 재해 예방이라는 하굿둑 기능의 상실, 농경지 침수 가능성 등을 간과할 수 없다. 홍수위 증가로 무안 남악 신도시의 80%가 침수될 수 있고 금호호·군내호 용수 공급의 차질은 물론 연육교를 활용한 진도군 내 용수 공급 계획 달성도 어려워 사업을 취소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영산강 하구 통합관리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하굿둑 개방시 대체 수자원 확보를 위해선 취수지점을 상류로 옮겨야 하고 배수장도 신설해야 하는데 영산호로부터 취수하는 시설의 경우 한계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규 수자원 확보 또한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구 복원으로 인한 구조적 대응은 가능하지만 대체 수자원 확보의 방법으로 부분 해수 유통 시 4조299억원, 저수지 신규 설치엔 8조2,688억원 등 많은 재정 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라며 “기투입된 예산의 매몰 문제도 심각한데 하굿둑 철거 비용에만 4,239억원이 소요되고 영산강 2지구 사업에서부터 구조개선사업까지 기존에 투입된 예산 3조3,061억원이 매몰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 논리가 옳고 틀리다 얘기할 수 없지만 양측 사이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일방적 의견 소통이 아닌 이해당사자간 상호 이해와 존중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대다수 “해수 유통과 하굿둑 개방을 추진하기 전 거버넌스 등을 구축해 농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며 농업용수 공급과 재해방지라는 하굿둑의 기본 목적을 희생시키며 환경 개선을 위한 생태 복원을 논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황동주 한국농어촌공사 대단위간척처장은 “주제발표에서 금강의 장기 해수 순환 범위를 하굿둑으로부터 10km 범위로 말씀하시며 농업용수 확보 방안으로 상류 20km 지점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양수장을 옮긴다고 했을 때 서천에 초당 10톤, 군산에 49톤 다 합쳐 59톤의 물을 방류해야 하는데 상류 20km 지점의 갈수량은 32톤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존 갈수량에 의존해 양수장을 이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영산강도 마찬가지며 금강과 영산강 하굿둑을 개방해 해수유통을 하게 될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지면적은 9만2,000ha로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 83만ha의 11%에 해당된다. 사실상 농업용수 대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하굿둑 문제 해결을 위해 해수유통을 제안하기보다 상류 오염원 저감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통합물포럼 개최 소식과 내용에 대해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분개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민단체에겐 어떠한 정보도 공유되고 있지 않다. 생태복원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교수들만 잔뜩 불러놓고 농업용수 공급과 농업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주제를 농민 없이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단 생각이 든다”라며 “논의에 참여해 새로운 대안이 도출되면 모를까 사실상 농업용수 공급 방안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태복원만을 위한 하굿둑 개방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홍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 또한 “하굿둑 개방시엔 논농사를 짓는 농민 말고도 수막재배를 하는 시설재배 농가에 미칠 타격도 엄청나다. 폐업을 고려해야 할 우려까지 있다”면서 “생태복원도 좋지만 피해당사자를 위한 대책이 전무한 점, 갈등을 우려해 농민단체엔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일정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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