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화가 안 돼요⑤ 구역 및 구토

  • 입력 2021.09.05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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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속이 많이 안 좋을 때는 구역질을 하거나 심하면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토할 때 동의보감에서는 어떤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의학에서는 허증(虛症)과 실증(實症)을 나누는 게 기본입니다. 이런 기본 원칙은 구토의 치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허증으로는 오랜 병으로 위가 허해져서 토하는 경우에 곽향안위산, 곽향평위산, 비화음을 쓰는 내용이 나옵니다. 실증에서는 크게 냉증(冷症)과 열증(熱症)으로 구분하였습니다. 냉증은 차가워서 병이 생긴 것으로 얼굴빛이 푸르고 손발이 싸늘하며 음식을 먹은 다음에 오래 토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열증은 열로 인해 병이 생긴 것으로 얼굴빛이 벌겋고 손발에 열이 나며 음식을 먹자마자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열증은 다시 비(脾)에 열이 있는 경우, 간(肝)에 열이 있는 경우, 허(虛)하면서 열이 나는 경우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비에 열이 있는 경우에는 늘 맑은 물을 토하거나 싸늘한 침을 흘리는 증상이 있습니다.

간화(肝火)가 위(胃)로 치밀어서 토하는 경우에는 억청환이라는 처방을 제시하였는데 황련이라는 약재 하나로 구성된 처방입니다. 한의학 대사전에는 간화에 대해서 ‘간기(肝氣)가 몹시 왕성하여 생긴 화(火)를 말한다. 정신적 자극을 지나치게 받거나 간양(肝陽)이 왕성해지거나 간경(肝經)에 사열(邪熱)이 몰리면 생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증상으로는 ‘머리가 어지럽고 얼굴이 벌게지며 눈이 충혈되고 입이 쓰며 혀의 가장자리와 끝이 붉어지고 마음이 조급해지며 잘 노여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발광하며 때로는 토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토하는 증상이 생겼을 경우입니다.

허열(虛熱)의 경우는 우선 큰 병을 앓고 난 뒤에 증상이 생긴 경우처럼 기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워하며 불안해서 편안히 자지 못하는 증세와 함께 구역이 생긴 경우입니다. 이때는 죽엽석고탕에 생강즙을 타서 먹는 처방을 제시했는데요, 죽엽석고탕은 인삼과 흰쌀이 처방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기력이 떨어져서 허증으로 열이 날 때는 열이 나더라도 인삼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대신에 석고나 맥문동처럼 시원하게 해주는 약재들이 함께 들어갑니다.

다음은 순환이 잘 안 돼서 구역이 생기는 경우가 또 있는데요, 담음으로 인한 경우입니다. 담음은 한의학 대사전에 ‘몸 안에 진액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일정한 부위에 몰려서 생긴 병증’으로 정의합니다. 제대로 순환이 안 돼서 뭔가 뭉쳐있다는 거죠. 특히 물이 순환이 안 돼서 구역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구역이 나면서도 명치 밑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더불어 갈증이 나는 경우가 많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구역질이 날 때 좋은 약으로 ‘생강’을 꼽았습니다. 가장 구하기도 쉽고 먹기도 쉬운 약재입니다. 성약(聖藥)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물론 생강은 맵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냉증(冷症), 즉 차가워서 생기는 구역질에 효과가 좋습니다. 반대로 열로 인해 구역질이 날 때는 오매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는데요, 오매는 매실나무의 덜 익은 열매를 연기에 가공해서 만든 한약재입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매실차를 마셔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해백죽(白粥)이 구역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백이라는 것은 달래를 말합니다. 달래를 달걀 흰자위와 좁쌀과 함께 죽을 쑤어서 인삼 달인 물을 약간 타서 먹는 방법이 나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간단하게 ‘생강차, 매실차, 달래죽이 구역질이 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기억하세요. 실제 질병 치료는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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