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채소 가격 “완전 바닥” ··· 정부 대책 시급

배추·무·양배추·당근 가격 동반 하락 … 농경연 “10월까지 가격 약세 이어질 것”

  • 입력 2021.09.05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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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달 2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고랭지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무를 수확해 상자에 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무를 비롯한 고랭지채소 가격이 다음달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고랭지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무를 수확해 상자에 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무를 비롯한 고랭지채소 가격이 다음달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호 기자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초미의 관심사다. 언론만 보면 ‘밥상물가’라는 이름의 농산물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지난 1일 발표한 9월 농업관측에 따르면 이달 시장에 나오는 엽근채소 가격은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8~10월은 고랭지작형이 출하되는 시기다. 고랭지배추는 장마와 병충해로 애를 먹었던 지난해에 비해 작황이 좋았으나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한 고랭지배추 출하 진행률은 현재 48.6% 내외로 이달 초에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9월 배추 가격은 1만3,000원(10kg)으로 예측된다. 평년(1만5,940원)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달에 비해 가격유지·소폭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심각한 것은 무와 양배추다. 지난달 31일 가락시장 무 도매가격은 8,985원(20kg)을 기록했다. 평년대비 반토막인 셈이다. 이달 초 준고랭지1기작과 고랭지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가격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재배면적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기상여건이 좋아 무 구중이 늘었다. 같은 양을 재배해도 중량이 늘어나 총생산량이 증가했다”며 “이에 비해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출하가 늦춰지고 물량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경연은 9월 고랭지무 가격을 1만원(20kg)으로 예측했다. 평년(1만9,140원)대비 절반 가까이(47.8%) 하락한 가격이다.

이광형 사무총장은 “무조건 시장격리나 산지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 농사지을 수 없을 만큼 가격이 떨어졌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랭지양배추는 7월 고온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으나 8월 초에 내린 비로 현재 양호한 상태다. 여기에 재배면적이 늘어 출하량이 평년대비 24.7% 증가했고, 가격은 34.4% 하락했다.

농경연은 9월 양배추 가격을 지난달(4,890원)과 평년(9,090원)대비 훨씬 낮은 3,500원(8kg)으로 전망했다.

김명배 대아청과 기획경영팀장은 “양배추 가격이 완전 바닥이다”라며 “코로나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식당영업은 9시까지고 단체급식소는 폐쇄돼 단체 소비가 막힌 탓”이라고 전했다.

고랭지무·양배추 출하량은 10월달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격 약세는 당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평년대비 30.9% 하락한 2만3,960원(20kg)으로 형성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당근 재배면적은 409ha로 평년(260ha)대비 절반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저장 봄당근이 같이 출하되면서 물량까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품질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가락시장에서 당근 경매를 맡고 있는 한천수 서울청과 부장은 “6월에 가격이 너무 안 좋아 창고에 저장했던 봄당근이 지금 같이 출하되고 있다. 또 당근 특성상 조금만 기스가 나도 잘 무르는데 박스 작업을 마친 당근이 비를 맞아 다같이 물러졌다. 올해 전반적으로 당근값이 낮은데 고랭지당근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농경연은 9월 당근 평균가격을 3만5,000원(20kg)으로 예측했다. 평년 가격인 4만9,3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와 무는 최소가격안정제를 통해 수급조절을 하고 있으나 양배추나 당근 같은 경우 특별한 대책이 없다. 고랭지채소의 경우 기상에 따라 수급량이 급변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산지폐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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