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허리 아픈데 왜 엉뚱하게 팔다리에 침을 놓나요

  • 입력 2021.08.29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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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일반적으로 어떤 부위가 아프면 그곳에 처치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팔이 아프면 팔에, 다리가 아프면 다리에 치료행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침 치료할 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아픈 부위가 아닌 곳에 침을 놓을 때도 있고, 오히려 왼쪽이 아픈데 오른쪽에,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익숙한 환자분들이야 아무 얘기 없으시지만 침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에게는 ‘뭐하는 것이지’ 싶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먼저 말씀드릴 것은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아프지 않은 다른 부위에만 침을 놓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 부위 이외 다른 곳에 침을 놓는 이유는 한방 침 치료 방법이 아주 다양하며 한의사들마다 선호하는 침 치료 방법이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직접 아픈 부위에 침을 놓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입니다. 체했을 때 손가락 끝 부위를 바늘로 찔러 피를 빼내는 민간요법처럼 눈이 아프다고 안구를 침으로 찌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이유로 아픈 부위 자체가 없기도 합니다.

또한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을 때보다 더 효과가 좋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아픈 부위와 다소 떨어져 있는 부위에 침을 놓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원위취혈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아픈 부위에 직접 침을 놓는 것은 근위취혈이라 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깨 아프면 어깨에 침, 허리 아프면 허리에 침, 목 아프면 목에 침만 놓으면 다 치료되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나아가 한방 침 치료는 효과가 바로 나타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발목을 삐었을 때 반대쪽 양릉천이라는 혈자리에 침을 놓고 아픈 발목을 움직여보라고 하면 “어, 덜 아픈데요”, “어, 더 움직여지는데요”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통증 감소와 관절가동범위가 늘어난 것이지요. 물론 연부조직의 손상이 크거나 뼈 손상이 의심되면 이런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듯 반대쪽에 침을 놓고 아픈 부위를 움직여보게 해 관절운동 범위를 늘리고 통증 감소를 바로 확인하기 위해서도 다른 곳에 침을 놓기도 합니다. 이것은 동기치료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고래로 좌병우치(左病右治), 우병좌치(右病左治)라는 문구도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방법이 더 낫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마치 쥐 잘 잡는데 흰 고양이가 더 뛰어나느니 검은 고양이가 더 잘 잡느니 하는 것이 별 실속 없을 때가 있듯이 말입니다. 원위취혈, 근위취혈 둘 다 한방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침법입니다.

북경의 나비 날개짓이 태평양 건너 뉴욕에 폭풍을 몰고 온다고도 하듯이 지구도 다 연결돼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그보다 더 훨씬 온갖 신경, 혈관, 근육, 림프, 체액, 뼈들로 온몸 구석구석이 다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몸의 좌측은 뇌의 우측이 관장하고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은 좌뇌의 지배를 받듯이 사람 몸은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픈 부위가 아닌 곳에 침을 놓으려 할 때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각종 염좌에는 양릉천이라는 혈자리, 테니스엘보에는 족삼리라는 혈자리, 눈떨림 등 신경증적 증상에는 임읍이라는 혈자리가 아주 특효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혈자리들은 다 통증 부위와는 아주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혈자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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