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급식, ‘자주’를 지켜야 한다

  • 입력 2021.08.2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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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상급식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서울시 초·중·고교에서는 올해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되면서 학교급식 운동은 더욱 변화 발전하고 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재료를 기본 바탕으로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게 됐다. 이제는 학교급식에서 더 나아가 어린이집, 유치원, 군대, 공공기관 등 공공급식의 확대를 추구한다. 하지만 최근 군급식과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 군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육군, 해군, 공군 등 약 58만명의 장병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가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군인들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은 단순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국가가 대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루 세끼를 군급식으로 식사하는 장병들에게 좋은 식재료로 맛있게 만들어진 정성스러운 급식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해야 할 군급식이 변질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최근 발생한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은 군급식 식자재 조달체계 변경이었다. 일반 경쟁입찰을 통한 식자재 납품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급식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경쟁입찰은 낮은 단가를 제출한 업체가 선정되는 시스템이고 낮은 단가를 제안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급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단가를 저렴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장병들의 선호 품목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가 국산 식재료 때문이라는 발상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농민들이 생산한 식재료를 부정하는 듯한 핑곗거리는 군정신인 애국과도 상반된다.

20대 성인이라고 해서 질 낮은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공급식은 기본정신을 지켜줘야 한다. 그 기본은 바로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을 기본 식재료로 해 군에서 자주적으로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민간이 아닌 군이라면 더욱 더 국민에 대한 애정과 자주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방향은 자주국방의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 군급식을 외주화한다는 것은 군대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간다면 군대가 알아서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며 식재료부터 식사를 만드는 것까지 자주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수입산이 대부분인 식재료로 만들어진 급식을 국가를 지키고 있는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밥 한 끼의 가치는 단순히 포만감에만 있지는 않다. 공공급식 영역인 군급식을 통해 우리 땅의 먹거리 생산과 소비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건강한 밥 한 끼가 지구를 살리고 우리 농업·농촌을 살릴 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도록, 군 당국은 값싼 수입농산물 대신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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