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원유가격 연동제 흔들지 말라

  • 입력 2021.08.2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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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했다. 지난해 낙농진흥회 4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원유가격 인상안’을 철회시키기 위해서다. 농식품부 장관이 사상 초유의 긴급명령까지 발동하며 정부는 이미 결정된 원유가격에 개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낙농진흥회 생산자 이사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현수 장관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낙농가들에게 원성만 사게 됐다.

지난해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원유 기본가격을 2.3%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유가공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낙농가들이 한발 양보한 끝에 시행을 1년 유보했다. 그런데 정부는 유가공업체의 요구와 물가안정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원유가격 인상을 저지하려 했다. 김현수 장관은 긴급행정명령까지 발동해 이미 의결된 사항을 번복하려 했지만, 직권남용 혐의로 피소될 처지에 놓였다. 낙농 생산자 단체들은 “낙농진흥법의 행정명령은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한 긴급 조치를 장관의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조항이다. 낙농진흥법 제17조 제2항과 시행령 제10조 행정명령 요건의 어디에도 이번 행정명령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라면서 “김현수 장관의 행정명령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허용되는 국가의 가격통제”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원유가격 결정 사항이 낙농진흥법상 행정명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의결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정부가 나서서 번복시키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현수 장관은 법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사회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낙농가 이사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 또한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원유가격 결정시기마다 반복되는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간의 극심한 갈등을 완화하는 합리적 대안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은 낙농가들의 오랜 투쟁의 성과물이고, 농축산물 전면개방에 대한 낙농업 보호 대책이기도 하다. 한편 원유가격 연동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농축산물 중 유일하게 생산비와 물가를 반영한 가격결정제도라는 데도 의미가 깊다. 원유가격 연동제와 같이 물가와 생산비를 반영한 가격 결정제도가 모든 농축산물에 도입돼야 한다. 이를 통해 농민들이 안심하고 안정적으로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에 세계적으로 식량주권과 농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안정적인 농축산물가격 보장 정책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2013년 박근혜 정권 시절 만들어 놓은 원유가격 연동제를 문재인정부에서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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