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변화에 대응한 식량안보, 어디까지 와 있나?

  • 입력 2021.08.22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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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과거 식량안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급률만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엔 오늘날의 소득증대에 발맞춰 질적인 면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식량안보란 안전한 먹거리의 충분한 공급을 의미하는 것을 뛰어넘어 기후변화,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국민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양질의 식량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 그중에서도 일정량은 국내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국가들은 대체로 50% 이상의 자급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식량 생산은 농지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에 절대적인 농지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인식한다. 농지규모가 협소하면 집약농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기 때문이다. 식량 자급을 위해 확보해야 할 농지 규모는 ‘1인당 농지면적’ 비교를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농지면적은 약 0.3ha인데, 이와 비교해 미국은 15배, 프랑스는 10배, 독일은 5배, 네덜란드는 3.5배, 영국은 3배, 스위스는 2배 수준이다. 영국 수준의 식량안보를 달성하자면 국토의 16%가 농지인 현재 규모를 국토의 48%까지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집약농업 하에서 보이고 있는 20%의 자급률을 친환경농업으로 탈바꿈하면 1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간격을 또다시 수입농산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켜진다. 더욱이 기후변화에 대비한 뚜렷한 대응책도 없다. 정부는 그저 식량위기 시 타국의 농산물 수출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도 진행 중인 농지투기는 농지가격을 급상승시켰고, 이제는 다수의 농지가 농산물생산수단으로서 부적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 임차농지는 병작반수제가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다 보니 앞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게 될지 염려된다. 농지투기자와 다수 연구자들이 한결같이 내세운 ‘농지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미명 하에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농지전용이 시도되고 있다.

노령화된 농민들은 노동력에 의존하는 재래식 농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외국에서 불러온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젊은 농부가 농촌에 유입되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이들에게 줄 농지는 없다. 정부는 해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동안 농지정책은 세계 최후진국 수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땜질식 처방 외에 성과가 있을 법한 농지정책이라고 할 만한 정책이 없었다. 오히려 농지투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가령 경자유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농지를 사서 임대하면 합법인 것이 현행 농지법이다. 즉 휴경이나 불법전용만 하지 않으면 굳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합법이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농업회사법인의 상당수가 농지투기에 가담한 이유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나친 양의 가축사육을 꼽고 있다. 가축이 분뇨 등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부탄가스를 배출하고, 특히 부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독일에서 가장 앞서 가축분뇨의 그린에너지화를 도모하고 있고, 각국은 이를 따르고 있지만 그 성과가 미미하다. 결국 유엔은 가축사육 수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 인류의 육류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식량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비책은 전혀 없는 것인가?

미국과 유럽은 식량안보와 기후온난화방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린바이오산업을 들고 있다. 그린바이오산업은 모든 식물을 ‘식량 자원화’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많은 식물들이 있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종류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도 식량으로 변환시키자는 것이며, 나아가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함으로써 가축사육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화된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낭비되는 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겨우 1% 남짓 체내에 흡수된다. 흡수율을 50%까지 높인다면 이론상 현재 생산되는 식량을 50분의 1로 줄여도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식용 불가능한 식물을 식용 가능하게 만들고, 흡수율이 떨어지는 식물의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 바로 그린바이오 플랫폼기술이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러한 기술개발에 천문학적인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빌게이츠조차 그린바이오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린바이오산업에 있어서 후진국 수준이다. 더 늦기 전에 그린바이오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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