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망 정비사업 로비 의혹 … 농협 “근거 없다”

전협노 “쏟아지는 로비로 전산망 정비 차질” 의혹 제기

농협중앙회 “계약 구조상 로비 가능성 없다” 일축

  • 입력 2021.08.24 05:00
  • 수정 2021.08.24 09:0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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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 전협노)이 농협 전산망 정비와 관련한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권 통신망 구축 계약 과정에서 통신·장비업체들의 로비가 난무했고 농협이 여기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의혹 자체가 근거 없고 무리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통신망 구축 계약은 통상 5년 단위로 체결한다. 그런데 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들의 최근 계약은 2013년. 정상적으로라면 2018년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어야 하지만, 2021년 현재까지 종전의 계약을 연장해오고 있는 상태다.

전협노가 입수한 제보는 이 상황에 대한 원인을 폭로하고 있다. 제보자는 2018년 농협의 통신망 구축 계약 종료시기와 맞물려 수많은 통신·장비업체들이 농협에 로비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는데, 로비를 진행한 업체들과 농협 관련 각각의 관련자들까지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했다.

농협이 로비에 휘둘렸다는 정황도 상세하게 제시돼 있다. 로비 업체들 중 상당수가 화웨이(중국)사의 통신장비를 취급했는데, 당시 농협이 KT와의 통신사 재계약 과정에서 노키아(핀란드)사 제품을 화웨이사 제품으로 교체해 달라 요구했다는 것. 특히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노키아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임에도 당시 화웨이 장비의 입찰단가는 노키아보다 훨씬 높게 들어와 있었다. 적정단가와 입찰단가 간의 차액으로 농협 측 관계자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미-중 분쟁으로 인해 좌초됐다. 미국이 한국정부에 화웨이 장비 도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말 농협은 IT 관련 임직원을 대거 교체하는데, 제보자와 전협노는 이를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로 간주하고 있다.

전산망 정비가 차질을 빚으면서 농협은행과 농·축협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신 기술에 뒤쳐지는 문제도 있거니와, 타 금융기관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통신망을 쓰면서 성능대비 비싼 통신비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전협노는 “노조가 지난 10여년 동안 농협중앙회에 전산망 관련 최소한의 자료 및 현황을 밝힐 것을 요구했는데 그 때마다 ‘전산망 이용 관련 비용 산정 기준 등이 매우 복잡해 제출할 수 없다’, 또는 무시와 침묵이 전부였다. 제보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사실로 밝혀진 몇몇 사례만으로도 왜 농협중앙회가 회피해왔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고 쓴소리했다.

반면 농협중앙회 디지털혁신실은 의혹 자체가 허무맹랑하다는 반응이다. 농협 관계자는 “통신망 계약 시엔 통신사가 모든 장비를 갖춰 턴키 형태로 입찰한다. 장비업체들의 로비가 이뤄진다면 통신사를 상대로 이뤄지지 농협 직원이 장비에 관여할 여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신규 계약이 늦어진 데 대해서도 “2018년 아현동 KT 화재 당시 장비 문제가 이슈화됐고 미-중 분쟁과 맞물려 화웨이 장비를 구축해 온 입찰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가 없었다”며 “현행 전산망으로도 업무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어 금액을 깎아가며 연장계약을 해왔고, 올해 조직에 디지털혁신실이 신설되면서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협노는 우선 제보내용 중 인사 관련 정보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제보의 내용이 가볍지 않은 만큼 쉬이 지나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지난 11일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향해 △오는 31일까지 농협 전산망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 전반에 대해 진상을 밝힐 것 △농협 전산망 정상화 실현 및 새 계약 체결 관련 세부 대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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