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다 가고 선풍기 선물 ‘갸우뚱’

꼬리 무는 농협 선풍기 선물

“하나로마트 재고처리 아닌가”

일부 조합원들 못마땅한 시선

  • 입력 2021.08.2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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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 선풍기 선물의 시발점이 된 지난달 26일 농협중앙회의 충북 증평 선풍기 전달식.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 선풍기 선물의 시발점이 된 지난달 26일 농협중앙회의 충북 증평 선풍기 전달식.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이 대대적으로 선풍기 선물에 나서고 있다. 고령농민, 소외계층, 조합원, 외국인노동자, 아동시설 등 그 대상도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하필 시기가 더위가 한풀 꺾인 8월이라, 일부 조합원들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선풍기 선물공세의 시발점이 된 건 지난달 26일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의 ‘폭염 대응 범농협 비상대책회의’다. 고온으로 인한 고령농민의 온열질환, 농작물 피해 등을 최소화해보자는 취지의 회의였다. 이성희 회장이 회의를 주관한 뒤 바로 충북 증평을 찾아 고령농민에게 선풍기를 전달했고, 이 때부터 농협에서 유행처럼 선풍기 선물이 번지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는 사례를 모아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에서만 3건의 선풍기 기부를 진행했고 농협중앙회 각 도지부와 시·군지부, NH농협은행 시·군지부, 지역농협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총 40건에 달하는 선풍기 기부가 꼬리를 물고 있다. 기부 대수는 건당 수십대에서 수백대며, 지역농협이 4,000여대의 선풍기를 구매해 조합원 전체에게 지급한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취약계층에 대한 환원사업이고 보면 큰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지만, 일선의 조합원들 사이에선 일부 불편한 시각이 공유되고 있다. △폭염이 한창 극성일 땐 잠잠하다가 더위가 사그러드는 시점에 선풍기 선물이 시작됐다는 점 △농협중앙회가 주도하는 모양새인 데다 지역농협 기부에도 꼭 농협중앙회 조직의 ‘협조’가 끼어있다는 점이 불편 요소다.

지역농협의 선풍기 선물을 받은 한 조합원은 “더위가 한풀 꺾인 데다 요즘은 농촌에도 에어컨이 보편화돼 있는데 굳이 이 시기에 전 조합원에게 선풍기 선물이라니 의아하다. 차라리 농산물이나 농협상품권을 줬다면 농협 내 경제순환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라며 “농협중앙회의 하나로마트 선풍기 재고 처리에 환원사업비를 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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