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촌마을공동체의 미래, 지속가능성에 있다

  • 입력 2021.08.22 18:00
  • 기자명 차재숙(충북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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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숙(충북 영동)
차재숙(충북 영동)

한 아이의 웃음꽃이 농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의 작고 여리지만 농촌마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리 마을에는 5살 사내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어른들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 부끄럽고 어색해서 엄마 엉덩이 뒤로 숨곤 했습니다. 그런데 일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를 만나든 먼저 큰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아가”, “똘똘이네”하며 살갑게 대해 주지만 관계가 거의 없거나 귀가 어두운 분들은 그냥 지나치십니다. 그럴 때면 아이는 할머니를 살피며 실망스런 표정으로 “왜 그러시지!”하며 묻곤 합니다. 아이가 마을 할머니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의 유일한 유치원생인 제 손자 해솔이 이야기입니다. 해솔이는 5살이 되면서 엄마의 품을 떠나 마을로 나왔습니다.

부쩍 성장하고 있는 손자를 보며 아이를 마을에서 함께 키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친구도 없고 동네 형들과 동생들이 북적이는 놀이터는 없지만, 아이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마을나들이를 시작했습니다. 마을나들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오솔길도 걷고 때로는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구석구석 뭐가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온갖 곤충이며 갖가지 꽃들을 탐험하는 여행이 되기도 합니다. 올 여름엔 틈나는대로 이웃 마을 도랑을 찾아 물놀이도 하고 올갱이와 물고기도 잡았습니다. 할아버지와 잡은 물고기를 개선장군처럼 으스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콧노래를 부르며 “할비! 너무 좋지. 우리 내일 또 가자.”

저는 손자를 보며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이런 경험과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끼곤 합니다.

2021년 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촌 삶의 질 13번째 이야기’를 보면 ‘주민이 주도하는 농촌형 지역사회 돌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발표내용이 있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농촌형 지역사회 돌봄 기본방향으로 ①면지역 중심 돌봄 체계 마련 ②지역주민이 직접 돌봄을 기획·제공 ③면 중심지로 주간보호센터, 돌봄지원센터 설치 ④마을 경로당 등을 활용한 돌봄 거점 운영을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모든 세대가 다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살아있는 마을, 지속가능한 마을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아이돌봄체계는 필수 조건입니다. 그래야 삶의 질을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이 귀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마을에서 두 가지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마을주민들과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의논하고 있습니다. 우선 마을학교를 만들어 마을역사와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와 부모들이 가고 싶은 곳도 견학을 보내주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마을학교를 만들면 어떤 내용을 채워야 할지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기에 기대가 됩니다. 아이들의 삶을 마을 어른들이 나서서 관심을 갖고 함께 돌보자는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을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가슴벅찬 일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는 손자를 통해 농촌마을의 자연적 환경과 어르신들을 통한 풍부한 문화적 유산이 얼마나 큰 교육적 환경이며 자산인지 공부하고 기록하여 많은 젊은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한 아이를 위한 마을주민들의 돌봄과 교육은 새로운 시대의 참교육이자 공동체의 시작임을 확신합니다.

해솔이의 신바람 나는 웃음꽃이 모든 농촌마을의 아이들에게도 활짝 피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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