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국제평화대행진단, 분단의 땅 철원을 걷다

비무장지대 400km 국토 횡단 … “통일의 문 열어라”

  • 입력 2021.08.15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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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DMZ 국제평화대행진단은 지난 6일 철원군 이길리 민간인통제구역 출입통제초소 앞에서 대마리까지 23km를 걸었다. 행진 중 참가자 박지하씨가 철원평야 앞에서 평화협정 촉구 퍼포먼스를 했다. DMZ 국제평화대행진단 제공
DMZ 국제평화대행진단은 지난 6일 철원군 이길리 민간인통제구역 출입통제초소 앞에서 대마리까지 23km를 걸었다. 행진 중 참가자 박지하씨가 철원평야 앞에서 평화협정 촉구 퍼포먼스를 했다. DMZ 국제평화대행진단 제공

‘남북공동선언이행!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하늘 향해 높이 든 슬로건을 한여름 뙤약볕이 눈 아프게 쏘아댔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4인 1조로 대열을 정비한 행진단은 다시 걸음을 뗐다. 행진 11일차였던 지난 6일, DMZ국제평화대행진단(단장 김영주, 행진단)은 접경지역 철원의 들판길을 묵언수행 하듯이 걸었다.

행진단이 강원도 고성과 양구를 거쳐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에 도착한 때는 지난 5일 늦은 오후였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편히 몸을 누일 수 있는 숙소란 꿈도 꾸지 않았고, 어렵사리 허가받은 캠핑장에서도 마을주민에게 폐를 끼칠까 우려스러워 조심조심 옹색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 행진단 살림을 도맡은 손미희 상황실장에게서 행진의 취지를 들었다.

“시민이 주축이 된 평화통일 운동을 하고자 한다. 그동안 국토종단순례는 있었으나 횡단순례는 없었다. 고성-양구-철원-임진각-강화를 잇는 비무장지대(DMZ) 400km를 횡단하며 분단의 벽을 부수고 통일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해내고자 한다.”

행진단은 정전협정일인 지난달 2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실에서 발대식을 한 후 고성으로 출발했다. 14일까지 18박 19일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행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청년·학생단 중심으로  DMZ평화통일학교를 연다. 6일 밤 철원에서도 4.27시대연구원 손정목 부원장에게서 미국패권의 몰락에 따른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세 번째 강연을 들었다.  이외에도 통일노래 공연, 영화상영 등 문화행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모두 취소해야 했다. 행진에 참여한 김태임 6.15합창단 운영위원장은 “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통일대합창 공연을 하기로 했었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12살 아들 윤경준 군과 지난 1주일을 걸었던 나수정씨는 “1주일만 걷기로 약속하고 서울로 돌아간 아들이 다시 걷겠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뿌듯해했다. 중국 북경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오순씨는 “중국인도, 미국인도 다 가는 북한에 남한 사람만 못 간다. 북경에 30년째 사는 나도 못 갔다. 말이 되는가? 외국인들은 남북문제를 미국의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여행객들에게라도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싶어 행진에 참가했다”고 참가목적을 말했다.

러시아에서 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오미령씨는 “시점의 문제일 뿐이지, 통일은 반드시 된다. 그 순간까지 분단과 전쟁의 얼룩들을 사진에 담고 싶다. 통일의 물꼬가 트여 대륙 열차가 움직이면,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러시아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행진엔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양정석 사무총장이 일부 구간 동참했고, 전흥준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과 김용빈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철원군농민회는 행진단을 마중했다.

이튿날, 행진단은 서쪽 연천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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