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호들갑스런 뉴스거리 말고 신뢰 가는 자료 만들어라

  • 입력 2021.08.15 18:00
  • 기자명 김순재 동읍농협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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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순재 창원 동읍농협 전 조합장

 

 

더위의 끝자락에서 화가 나는 뉴스를 봤다. 농민으로서 듣기엔 매우 불편한 ‘소비자 물가가 심상찮다. 농산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마치 물가상승의 원인이 농민·농산물에 있다는 듯 덤터기를 씌우는 내용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보아왔던 뉴스의 내용들인데, 나도 모르게 뉴스를 보면서 ‘비싸면 먹지 마!’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국민들이 먹는 것의 70%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국내 농민들이 생산하는 품목 몇 개를 들먹이며 물가에 영향을 크게 끼치고 있다는 뉴스를 생산해 내는 언론과 통계청은 불신을 넘어 더운 날에 분노를 유발했다.

농사를 지어온 지난 30년을 돌이켜 보면 농산물 가격은 늘 오르내렸다. 화폐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우리나라 통계청은 무엇을 기준으로 자료를 내보내는지, 우리나라 기상청과 함께 미워졌다. 기상청은 일기의 예보는 고사하고 당일 날씨 중계조차도 틀려서 자주 실망을 시키고, 통계청은 물가의 흐름은 빼먹고 일시적인 현상만 보도자료로 내보내고 있다. 짜증이 확 났다.

농촌에서 농산물을 생산해 그것을 주 수입원 삼아 사는 사람으로서 항시 파종기가 되면 무엇을 얼마만큼 심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지난 30년 동안 깨친 것도 있지만 숱하게 예측이 틀린 적도 많았다. 나 같은 경우 ‘양념 값이 비싸면 채소 값이 낮아진다’, ‘감귤이 풍년이면 단감가격도 싸진다’는 고전적인 인식으로 농산물 가격을 예측한다.

분명히 10년 전까지는 양념 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으면 채소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느껴졌다. 대표적으로 내 기억에 김장배추 가격과 건고추 가격이 동시에 좋았던 적은 없다. 그리고 감귤이 풍작이면 단감가격은 저절로 싸졌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가공 식재료의 상당량은 수입한 것으로 보이고 식재료 비용 자체가 전체 생활 비용에서 그리 높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시장에서 모든 농산물 가격이 높으면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특정한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비싸면 조금 덜 먹거나 유사한 것을 식재료로 쓰면 될 일이다. 나도 그러하지만 보통의 농민들은 자기가 짓는 농산물의 가격이 비싸기를 기대한다. 나의 경우에는 나름 오래된 농민이어서 그런지 내가 농사짓는 농산물들이 오직 비싸기보다는 지나치게 헐하지 않기를 바라며 농사를 짓는다.

통계청도 국가의 기관이면 비싼 농산물 몇 가지로 호들갑스러운 뉴스를 생산할 것이 아니라 물가의 동향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신뢰가 가능한 지수를 제시해서 물가의 등락이 심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기 위한 자료들을 농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기관들이 행해야 하는 선제적인 기능이고 역할이다.

전국에 1,000개가 넘는 농협이 있고, 농업계에 종사하는 인원이 얼마인가. 농산물 수급조차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농업정책도 아니고 국민을 위한 행정도 아니다. 지금 물가를 위협하며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국제유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원유가에도 여전히 비싼 기름값이고, 수급이 불안정한 철강재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지 계란 가격과 풋채소가 그 원인은 아니다. 소비재인 공산품 가격은 중국과의 넓어진 교류 덕에 일시적으로 낮아진 적 있지만 꾸준히 유통업체들이 그 차이를 흡수해가면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중이나 여전히 농산물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높다는 이유로 개방농정이 지속돼 하락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 우리 물가에 농산물이 영향을 크게 끼치는 것으로 자료를 생성해내는 국가기관들은 사업의 기준들을 좀 틀어야 한다.

신뢰할 만한 최근의 여러 자료들은 올해 우리나라가 무역에서 상당한 수지를 보고 있다고 했다. 농협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했다고도 했다. 상반기에는 전년도 국가가 예측한 것보다 세금이 무려 41조원 더 걷혔다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나랏돈을 쓰잘데기 없는 데 쓸 궁리만 하지 말고 국가의 기본을 강화하는 데 좀 쓰길 바란다. 농민을 포함한 애꿎은 서민들만 이간질하는 자료를 만들 시간에 제대로 된 역할들을 하기 바란다. 계란 값, 채소 값이 물가상승 주범? 에라이 콩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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