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연구·개발 성과 ‘복붙’ 홍보 논란

배추·들깨 정식기 등 밭작업 기계 파종기 개발 홍보 반복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지적 … ‘시정’ 약속 지켜지지 않아

  • 입력 2021.08.1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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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갈무리. 상단의 경우 지난달 14일, 중간과 하단의 보도자료는 각각 지난해 11월 18일과 지난해 10월 14일 배포됐다.
농촌진흥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갈무리. 상단의 경우 지난달 14일, 중간과 하단의 보도자료는 각각 지난해 11월 18일과 지난해 10월 14일 배포됐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진청)의 연구·개발 성과가 이전의 것과 큰 틀에서 다름없는 내용으로 반복·홍보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농진청의 이러한 ‘성과 부풀리기’ 의혹은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달 14일 농진청은 ‘밭작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주심기(정식) 기계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물별로 재배양식이 달라 농기계 현장 적용과 범용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계화 적응 품종 36종을 개발하고, 14개 작물의 재배양식을 표준화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밭작물 정식 작업 중 기계화가 미흡한 ‘배추, 들깨, 참깨 정식 기계화 기술’이다”라는 소개 이후부턴 배추·들깨·참깨 정식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해당 자료는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으나, 들깨와 배추 정식기 개발에 대한 내용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미 홍보된 전적이 있다.

지난달 14일 농진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배추 자동 정식기의 경우 10a 정식에 1.7시간이 소요되고 반자동 정식기 작업 성능은 그보다 많은 2시간이 소요된다. 기존 방식으로 인력이 기구를 이용할 경우 10a 배추 정식에 15.3시간이 소요돼 자동·반자동 정식기 이용 시 노력은 8~9배, 비용은 약 1.3배 줄일 수 있다는 게 보도자료의 골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배추 생산 과정 가운데 정식과 수확 작업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농진청 보도자료 역시 자동 정식기와 반자동 정식기를 사용할 경우 각각 10a당 1.7시간, 2시간이 소요돼 관행 대비 시간 절약이 86.4~90%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홍보했다.

들깨의 경우 지난해 10월 정식을 포함한 전 과정 기계화 기술 개발에 대한 홍보자료가 배포됐는데, 자동·반자동 정식기를 사용할 경우 10a당 1.5~2시간이 소요돼 기존 인력 정식에 필요한 10.4시간보다 작업시간을 81~86%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보도자료에도 들깨 반자동 정식기 사용시 1.7시간/10a이 소요돼 노력과 비용을 각각 7.6배·1.6배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 밭농업기계화연구팀 관계자는 “지난 7월 14일 배추·들깨·참깨 정식기 개발 보도자료의 경우 여러 품목에 대한 내용을 묶어 배포한 것이기에 이전의 것과 다르다”면서 “내용상 다를 바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이전에 홍보된 것과 비교해 발전된 기술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농과원 홍보팀 담당자에 따르면 보도자료 배포는 농진청 각 기관의 홍보팀이 부서와 협의를 통해 기술 등의 연구·개발 내용을 취합하고, 시의성·화제성·신규성 등을 검토한 뒤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거나 시의성이 떨어지는 등의 경우 회의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보류하는데, 그 기준이 지침 등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간부진들의 판단에 따른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3월과 2017년, 2016년에 걸쳐 세 번이나 소개된 땅콩 신품종 개발에 대한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국산 밀 오프리 역시 2018년과 2020년 품종이 최초로 ‘개발’됐다는 내용의 홍보가 이뤄졌다고 일갈한 이양수 의원은 “물론 일부 개선된 부분이 있겠지만, 개발과 개선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매번 같은 품종에 대해 개선된 걸 개발했다고 홍보한 게 문제다”라며 “매번 새로운 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성과를 부풀리는 건 올바르지 않다.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지 홍보에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지양해달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지난해 10월 20일 농진청은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이전에 등록된 품종에 대한 추가적인 언론 홍보는 연구원의 성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성과 부풀리기와 관련이 없으나 2020년 5월 6일 보도자료 중 ‘세계 최초 소화장해와 알레르기 없는 밀 품종 개발’이라는 표현은 최근에 개발된 것으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만큼 연구개발 성과인 신품종 개발을 비롯해 정책과 연계된 신품종 보급 및 산업화 등의 보도자료를 명확히 해 올바른 홍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로도 농진청은 일부 개선된 내용을 개발했다는 것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일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으며, 이러한 홍보는 일부 연구개발사업 평가 등의 지표에 성과로 포함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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