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찔까?

  • 입력 2021.08.08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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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한약치료가 필요하여 권하면 좀 체격이 있으신 환자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원장님, 한약 몸에 좋은건 아는데요. 먹으면 살찌지 않아요?”

비만은 현대 성인병의 중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비만이 있으면 당뇨병, 고혈압 등이 생기기 쉬울 뿐 아니라 심혈관계·호흡기·관절·난임·지방간·담석증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뚱뚱하면 건강이 나빠지기 쉽다는 겁니다. 그러면 한약을 먹어서 살이 찐다는 건, 결국 한약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다는 말일까요?

최근 소아비만의 원인으로 항생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0년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은 영유아기에 항생제를 과다하게 복용한 경우 소아비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공식블로그, https://blog.naver.com/chsnuh/222121824085).

2008~2012년 사이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은 영유아 3만1,733명을 관찰하여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투여한 기간이 길수록, 항생제를 투여한 시기가 빠를수록 소아비만의 위험도가 최고 40%까지 높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에서 먼저 시행되었는데 결과는 비슷합니다. 항생제를 많이 먹을수록 소아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가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지난 50여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소와 돼지의 몸무게를 늘릴 목적으로 사료에 소량의 항생제를 넣어서 키웠습니다. 똑같은 양의 사료를 먹여도 항생제를 먹은 동물들이 그렇지 않은 동물들보다 몸무게가 15%까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세균, 박테리아)에서 답을 찾습니다. 대장 내에는 우리 몸의 소화흡수를 도와주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39조마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 수가 30조개인데 이보다도 많습니다. 미생물들은 음식물을 분해하여 소화흡수를 도와줄 뿐 아니라 비타민K와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항생제를 과다복용하면 장내 미생물들은 무차별적으로 죽게 되고, 내 몸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들은 살기 힘든 환경이 됩니다. 그러면 같은 양을 먹어도 다른 사람보다 살이 찐다는 겁니다.

장내 미생물들은 예전에는 단순히 대변을 잘 보게 해주는 줄로만 알았지만, 지금은 비만뿐만 아니라 면역계 질환, 알레르기 질환, 아토피피부염,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대변의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변색이 밤껍질처럼 어두우면 어혈(瘀血)이 있는 것으로 서각지황탕, 황토탕 등을 씁니다. 대변이 냄새가 심하고 찐득하며 시원하지 않고 덜 본 것 같으면 습열(濕熱)이 있는 것이고 지실도체탕을 씁니다. 대변이 묽고 잦은 설사를 하는데 아랫배가 차고 따뜻한 물을 좋아하면 한증(寒症)이고 부자이중탕을 쓰고, 시원한 물을 좋아하고 혀에 누렇게 황태가 끼면 열증(熱症)이고 백두옹탕을 씁니다. 대변이 딱딱하고 굳으며 동글동글하고 며칠에 한 번씩 보면 마자인환을 씁니다.

이렇게 치료를 하다 보면 대변이 노랗고 예쁜 모양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보통 환자들은 예전보다 입맛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과자나 사탕, 음료수가 당기지 않고, 예전처럼 맛있지 않다고 합니다. 몸무게도 대개 1~2kg은 빠집니다. 대신에 환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많이 나와서 불편하다고 합니다.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면서 대장이 미생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여 생기는 증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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