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유통개혁의 잠룡, 농협 ‘본마늘’

농협경제지주 마늘 통합브랜드

취급 물량은 아직 많지 않지만

깐마늘 유통 선도 잠재력 있어

  • 입력 2021.08.06 16:17
  • 수정 2021.08.06 16:3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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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마늘 가격이 2년 연속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에 걸맞은 품질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높은 가격에 일정 수준의 품질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국산마늘은 소비자에게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농협경제지주의 깐마늘 통합브랜드 ‘본마늘’은 눈여겨볼 만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마늘은 전체 생산량의 70%가량이 소비단계에서 깐마늘로 유통되는데, 소수의 거상들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로 유명하다. 농협 본마늘은 이 민간업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확실한 품질관리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일정 굵기 이상의 마늘만을 선별하면서, 뒤섞여 유통되기 일쑤인 한지형·난지형 품종을 엄격히 구분해 유통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마늘 통합브랜드 ‘본마늘’은 마늘 유통체계 개선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한 농민 부부가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경제지주의 마늘 통합브랜드 ‘본마늘’은 마늘 유통체계 개선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한 농민 부부가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역농협이나 지자체 단위에서도 품목별 수많은 통합브랜드가 있지만, 농협경제지주의 전국 통합브랜드는 시장교섭력이나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좀더 유리한 면이 있다. 2011년 출범 당시 3,000톤이었던 본마늘 취급량은 지난해 8,000톤을 넘겼으며 전국 농협판매장·도매시장·대형유통업체·식자재업체 등 납품처가 폭넓게 개척돼 있다.

올해 중간실적을 전년동기와 비교해 보면, 취급량이 감소하는 대신 매출액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담당부서는 썩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김병균 농협경제지주 양념채소팀장은 “농협은 매출보다 물량이 더 중요하다. 농민들이 생산한 물량을 얼마나 많이 팔아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단언했다. 민간 유통업체들과의 관점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본마늘의 사업 규모는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8,000톤의 물량은 30만톤 이상의 국내 전체 생산량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본마늘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거대 사업체인 농협경제지주의 브랜드로서 민간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 유통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후발주자며, 마늘시장에 최소한의 공적 잣대를 세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설이다. 본마늘 사업이 의미를 가지려면 외부조달 없이 농협 계약재배나 직접수매 물량만을 취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농협들 각자가 상품화(탈피)·저온저장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데 경영사정이 넉넉지 않은 지역농협 입장에서 이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현재 본마늘 참여조직은 지역농협 13개소, 조공법인 3개소 등 시설을 갖춘 16개소뿐이다.

결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봉착한다. 단순한 경제사업이 아니라 유통구조 개선과 맞물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려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는 ‘계약재배율 대폭 상승’을 출발점으로 한 마늘 생산자들의 유통개혁 요구와도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계약재배율을 높이려면 거기에 맞는 시설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매년 산지폐기하는 데 들이는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라며 “농민과 농협이 힘을 합치면 본마늘 8,000톤은 8만톤으로든 20만톤으로든 늘릴 수 있다. 그것이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고 농민·소비자를 위한 순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마늘은 깐마늘의 소비지 판매에 초점을 맞춘 사업으로, 그 자체가 유통혁신의 수단이 될 순 없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생산자-농협-정부 간 협력으로 산지에서 유의미한 유통혁신이 일어난다면, 그 판매를 맡아 ‘마무리투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역시 내년부터 본마늘 마케팅 및 판매능력 강화를 위해 예산과 역량을 증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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