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수 대선주자’라는 사람의 기막힌 안보관

  • 입력 2021.08.08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최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농정 공약을 뒷받침할 생각들을 드러냈다. 언론에선 법조인 출신으로서 헌법에 쓰인 경자유전의 원칙을 부정했다는 사실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이 또한 단언컨대 ‘망언’이라 비판받기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도 현대의 국가라면 안보를 위해 으레 갖춰야 할 핵심 기능으로 언급되는 농산물 비축의 필요성을 함께 평가절하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그는 다름 아닌 국가 안보를 중요시한다고 자부하는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이기 때문이다.

당장 쌀 수급만 봐도 전략적 농산물 비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기록적 흉년 탓에 올해 초부터 정부 곳간 문을 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초 세웠던 계획대로 이번 달에도 비축미 8만톤을 방출한다. 올해 양곡연도가 끝나는 오는 10월 말 정부 손에 남는 양은 지난 2018년~2020년산 국산 쌀 재고를 모두 합쳐도 불과 7만여톤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장마로 인한 피해가 예년보다 크지 않았지만, 아직 태풍철이 남아있어 풍년을 쉽게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만약 이번 작황 또한 부진하다면 내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매년 쌀이나마 적극적으로 비축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을 거란 사실이다. 그리고 심화하는 기후위기 속에 이제 이런 현상은 타 주요농산물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식량위기가 실체를 드러낸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름 아닌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사람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 중요한 국가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서기는커녕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단언으로 깎아내렸다. 국가 안보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이가 수장을 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은 농지 투기와 농산물 수입에 고스란히 노출돼 매년 쪼그라들고 있는 우리 농촌이 더는 이런 거대한 위기 속에서 국민의 먹거리를 지켜낼 힘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 또한 알지 못함이 분명하다. 그렇지않고서야 ‘경자유전의 원칙’을 비롯해 온갖 풍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국가적 신념 속에 지금껏 존속시킨 그 많은 장치를 단 한 번에 부정해버릴 리 없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