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정부양곡 창고 … FAO 권고량 기준 국산쌀 10%만 남아

국내산 정부양곡 2018년산~2020년산 합해 7만톤뿐

FAO 기준 평균 1년 쌀소비량의 18%, 70만톤 있어야

수입쌀까지 포함해야 59만톤 추정 … 정부 “문제없어”

  • 입력 2021.08.06 09:4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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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국내산 쌀이 7만톤 정도(오는 10월 31일 양곡연도말 기준)에 불과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정부양곡창고에 저장돼있는 공공비축미 모습. 한승호 기자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국내산 쌀이 7만톤 정도에 불과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정부양곡창고에 저장돼있는 공공비축미 모습. 한승호 기자

 

기후위기로 지난해 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정부양곡 창고가 텅 비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달 정부양곡 8만톤 방출까지 올해에만 37만톤이 시중에 나오면서 남아 있는 정부양곡은 7만톤(양곡연도말, 오는 10월 31일 기준 추산) 뿐이다. 그것도 2018년산부터 2020년산이 합해진 물량이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공비축미 권고기준 70만톤의 10%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이 감소해 37만톤 범위 내에서 정부양곡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정부양곡은 29만톤이 시장에 방출됐고, 지난 3일 농식품부는 추석 명절 떡·한과 등 성수기 수요를 충당하고 아직 재고가 충분치 못한 일부 산지 유통업체의 공급 여력을 보강하기 위해 추석 전에 정부양곡 8만톤 공급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양곡 창고에 남아 있는 국내산 쌀이 7만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확기에 농식품부가 매입한 공공비축미는 33만2,000톤으로, 당초 계획한 35만톤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50여일간 이어진 역대급 장마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농협과 민간에서 보유한 쌀도 부족하긴 마찬가지기에, 통상 수확기에 비축하는 쌀 35만톤보다 올해 더 많은 물량을 시중에 풀면서 쌀수급에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996년 이후 국내산 정부비축미 재고량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시중에 방출한 공공비축미 37만톤은 2020년산이 17만톤, 2019년산이 17만톤, 2018년산이 4만톤 등이다. 2020년산 공공비축미는 또 일부가 복지용쌀이나 군급식 등으로도 나가기 때문에, 양곡연도말 기준(10월 31일) 공공비축미는 7만톤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국내산만의 재고량이며, 2018년산부터 2020년산까지 모두 합한 물량이다”고 설명했다. 즉 오는 10월 말 기준으로 가공용이 아닌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유효한 정부양곡이 7만톤만 남았다는 뜻이다.

쌀 공공비축제란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주식인 쌀을 상시비축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에 도입됐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고 비축물량은 연간 소비량의 17~18%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70만톤 정도가 상시비축돼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양곡 7만톤은 FAO 권고량 기준 10%에 불과해 위태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고 낙관했다. 그는 “쌀 공공비축은 국내산만이 아니다. 수입쌀까지 포함하면 양곡연도말 기준(오는 10월 31일) 59만톤이고, 올 가을 수확기에 또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돼 물량이 채워진다”고 전했다. 특히 “아직까지 식량과 관련한 가시화된 위협이 확정됐다고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전까지 쌀은 공급과잉 기조가 계속됐다. 정부양곡 재고 역시 많았다. 올해 처음 떨어진 것이다. 이게 일시적인 상황인지, 장기적인 상황인지는 더 관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쌀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주식인 쌀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을 세우지 않고 물가안정 측면에서만 쌀수급을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쌀 시장방출은 가격안정이 더 중요한 목표로 돼 있다. 현재 단경기라 쌀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인데, 또 방출을 하면서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중 쌀값은 정부양곡 방출 때마다 하락해왔다. 이어 엄 정책위원장은 “쌀협회는 쌀의 국가수매제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책으로 공공비축미 100만톤을 얘기하고 있다. 식량위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쌀공급 여력을 더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올해 정부양곡 비축량이 급감한 것을 계기로 식량안보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이 남아 돈다’는 말도 억측이 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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