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장관 “전남형 공익형 시장도매인제, 보고된 내용 없다”

농산물 유통개혁 현안 파악, 안했나 못했나

농민의길-장관, 첫 간담회서 공익직불제 등 논의

  • 입력 2021.08.06 13:18
  • 수정 2021.08.06 13:2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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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진보적 농민단체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전농 의장, 농민의길)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진 첫 농정현안 간담회에서 김현수 장관이 분야별 어긋난 입장차를 고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익직불금 지급 요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농민단체의 제안에 장관은 ‘정부가 주는 직불금을 왜 안 받았냐를 따져야 한다’며 수급자 책임론을 먼저 꺼냈고, 경매제 독점을 완화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게다가 ‘공익형 시장도매인제’까지 대안으로 제시하는 현장의 노력도 ‘내용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모처럼 열린 농정 공론의 장이 답답했던 이유다.

지난달 27일 농민의길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는 농민의길 소속 7개 단체장이 분야별 농정현안을 설명하고 김현수 장관을 비롯한 각 실·국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농촌현장의 실상을 보는 농식품부의 관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우선 지난해 도입된 공익직불제 중 2017년~2019년 3년간 직불금을 1회 이상 받은 농지 조건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익직불제법 개정안을 발의할 정도로 ‘문제’시 된 사안이다. 정책이 도입되기 전에 사전예고가 필요하고 또 유예기간을 설정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거셌다.

하지만 김현수 장관은 “많은 농민들이 (이 조건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1조2,000억원 직불금 예산이 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물론 충분치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공익직불제라는 큰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을 지금은 채워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예산규모가 늘어난 부분을 앞세웠고, 이어 “직전 3년 직불금 수령 농지 조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봐야 한다). 정부가 직불금을 주는데 안 받았다? 왜 안 받았을까, 그 농지는 뭘까, 하나하나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급조건을 농사에 이용하는 모든 농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김 장관은 ‘WTO 체제 하에서 모든 농지로 지급대상을 확대하면 생산장려 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불가하다’, ‘정상적인 농업경영 목적 농지가 아닌 또 다른 목적의 농지를 직불금 대상으로 하긴 어렵다’는 답변으로 논점을 흐렸다.

결국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이 “직불금 부당수령 농지와 정상 농지는 구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당수령 지주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반론을 가했다.

또 다른 격론 주제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건이었다. 농산물 유통과 가격안정 문제에 대한 농민단체장들의 제안에 이어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장관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라면서 “수입농산물이 범람하는 상황에 자조금단체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수급조절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농산물 유통에 있어 경매제 독점체제에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경쟁체제로 전환하자고 했다. 전남도는 전남형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로 기금을 적립하고 농민들에게 차액을 보전하는 발전방안까지 구상하는데, 장관은 왜 반대하는지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김현수 장관은 “전남형 공익형시장도매인제, 아직 (내용을) 모르겠다”면서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고 되레 ‘실체 없는 논의’로 몰아갔다.

가락시장 경매제 독점 문제의 해법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전남형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제시한 지도 1년여가 넘어가는 상황에, 장관의 거두절미 답변에 간담회 분위기는 경색됐다.

박흥식 의장은 “농식품부 담당과에서는 장관과 소통했다고 하고, 전남도 장관하고 소통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 모른다고 얘기해버리니 할 말이 없다. 경매제 독점시스템을 바꿀 장관 의지는 있는지 답답하다”면서 “현장에서 이런 논의가 거듭되면 하다못해 전남 가서 확인이라도 해야지, 왜 농민단체가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요구하는지 적극 고민하지 않은채 핑계거리만 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현수 장관은 “여러번 말했지만 시장도매인제는 우리 농업 상황에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나는 판단한다”면서 “만약 가락시장에 전남형 시장도매인제를 설치했을 때, 경남 농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도매인은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도매법인은 거부권이 없다”고 도매법인과 경매제에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협회장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유통혁신방안에 대한 공론의 장을 장관이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제도나 장단점이 있기에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장관 취임 이후 농민의길과의 첫 간담회는 소요시간으로는 넉넉하게 진행됐으나 현장과 농식품부가 얼마나 소통이 부재한 상태인지 분명히 확인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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