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왜 공공농업을 이야기하나?

  • 입력 2021.07.25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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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서는 지금까지의 농정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뿌리를 둔 적폐농정’으로 규정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공공농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나 관료들은 공공농업이란 용어에 동의 못 하는 경향이 있다. 먼저 공공농업이라는 표현 자체가 생소하고 농산물 판매를 통해 생계를 영위하는 농민을 공적영역으로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것이다.

지난해 8월 6일 법률신문에 “예를 들어, ‘공공의료’는 사전적 의미를 두루 포함한다면 ‘대중과 사회에 전반적으로 관계된 의료’라 할 수 있다. 즉 공공의료는 국민들에게 보편적 필수 의료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어떤 계층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공공의료는 정부, 의료인,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노력해나가야 공공을 위한 의료가 될 것이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농정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뿌리를 두고 수입농산물과 경쟁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를 세뇌시키며 농민 개개인의 사적영역을 극대화하는 규모화, 효율성 추구를 요구했다. 그 결과가 지금 한국농업의 모습이다. 이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는 농민층 분해, 농민간 양극화는 지금의 농업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극대화됐다.

농산물을 판매해 얻는 농업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농민이 전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수입농산물은 국내 시장을 잠식해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1% 수준이다. 참고로 세계 OECD 회원국의 식량자급률은 평균 102% 정도다.

만약에 예를 들어, 10만평을 농사짓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와 자기 이윤을 포함해 1,000원이면 충분하다면 1,000평을 농사짓는 농민에게 이 가격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소규모의 농민이 농사로 살기 힘든 현재의 농업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코로나19로 식량의 수출, 수입이 중단돼 식량공급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세계곡물 생산량 감소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한국의 경우에도 쌀 생산량, 채소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식탁물가를 경험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국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 없으면 국가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농업은 사적영역이 아닌 공적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보편적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쉽게 동의하면서 공공농업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방안 마련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료가 중심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농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진정한 공공농업을 실현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전농이 문재인정부 농정을 실패했다고 단언한 이유는 바로 현장과 소통되지 않는 농정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정의 기본방향이 경쟁과 규모화, 효율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는 중요하게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를 보고 성과를 논해야 하는 관료 입장에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는 거추장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서유럽에선 폭우로 1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동토 시베리아는 펄펄 끓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도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한 기후위기의 결과물이다. 기후위기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농업이다. 그리고 농업이 붕괴되면 식량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우리 식탁의 1/5만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농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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