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죽곡마을119를 소개합니다

  • 입력 2021.07.25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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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죽곡마을119가 현수막 펄럭이며 달려간 곳은 죽곡면 최고 끄트머리 그야말로 변방 ‘조사마을’이다. 지방도를 기점으로 순천과 곡성으로 나뉘고, 섬진강을 경계로 이쪽은 곡성군, 강 건너는 구례군인 경계지역이다. 이곳 조사마을은 변방지역의 자유로움이 마을 어르신들의 호탕함에 배어있어 덩달아 신명나기도 한 곳이다.

죽곡마을119는 내가 자치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죽곡면주민자치회의 주요사업으로, 위원들이 권역으로 나눠서 주 1회씩 각 마을을 방문하여 독거노인들이나 장애인, 소외계층의 생활불편을 해소해주는 일을 한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들 댁에 형광등을 갈아드리기도 하고, 고장난 텔레비전을 고쳐드리기도 하고 혼자 있는 장애인에게 말동무도 되어주고 청소와 반찬만들기를 함께 하기도 한다.

2019년 9월에 출범한 죽곡면주민자치회는 죽곡마을119, 죽곡문화유산탐사대, 찾아가는주민자치프로그램, 토란도란죽곡마을잔치 등의 활동들을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중 죽곡마을119는 지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몇 달간 만나다 보니 마을의 잡다한 사정까지 알기도 하려니와 어른들은 마을 사람들끼리 내비치기 어려운 속내도 보이시면서 내심 기다리기도 하신다.

무에 불편하신 건 없으신지 여쭈니 우리 종구가 먼몰랑에서 살면서도 한 번씩 내려와서 형광등도 갈아주고, 전화기도 고쳐주고, 전기세도 내주고 하면서 찬찬히 살피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칭찬하신다.

엄니들이 우리 종구 우리 종구 하는 이는 환갑 가까이 된 귀향인인데 마을을 살뜰히 살피고 계셔서 조사마을엔 죽곡마을119팀이 할 일이 없을 정도다.

“호랭 물어갈 버스가 있어야지 면에도 가고 군에도 갈틴디… 면에 한 번 갈라면 하루 점도락 걸리구만. 아~ 우덜 죽곡사람은 곡성사람이 아닝감~?”

답답할 노릇이다. 이곳은 곡성읍에 가는 버스가 새벽 7시, 낮 12시, 오후 4시 딱 세 번밖에 없고 그나마 면소재지로 나오는 버스는 전무한 상태라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을살이 재미가 별건가? 읍내 장에도 나가서 막걸리라도 마시며 안 죽고 잘 살고 있는지 손도 잡아보고 다음 장을 기약하기도 하고, 조구새끼라도 한소쿠리 사다가 호박 넣고 지져도 먹어야 사는 맛일진대 그것마저 이용자가 몇 없다고 단절되어버린 것이다.

“엄니들~ 거기 스티커에 있는 번호로 전화주셔요. 생강밭 매다가도 내가 달려가 모셔다 드릴텡게.” 바짝 다가앉으시며 귀담아 들으시던 자치회장님의 목소리가 커진다.

“죽곡마을119에 우선 마을순환차량을 장착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죽곡면을 돌아봅시다.”

“잘 정착시켜서 주민자치회에서 마을순환버스를 운영하도록 제안을 해봐야겠어요.”

즉석에서 운영팀 회의가 마련되었다.

인구가 준다고, 지역이 소멸되어 간다고 군청이건 교육청이건 인구유입책에 고심이다. 막대한 예산을 청년이며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곳에 쓰기도 한다.

다 좋지만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장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인구유입책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행복하게 어울렁더울렁 함께 살게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누구든 들어오고 싶고 함께 살아가고 싶어 하지 않을 건가?

그리고 마련된 복지의 실행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해나가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죽곡면주민자치회는 마을주민 모두가 회원이고 위원들은 마을의 대리인이다. 우리 회원인 마을주민들 하나하나가 마을의 일원으로 당당히 존중받으며 살아가게 하는데 필요한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게 죽곡면주민자치회 활동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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