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 한 제(劑)는 며칠 분이에요?

  • 입력 2021.07.18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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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한약 처방을 하다 보면 진료가 다 끝날 즈음 환자분이 “그래서 약은 며칠 분이에요?”라고 물을 때가 많습니다. 본인이 먹을 약이 며칠 분인가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요. 대부분 “며칠 분량이다”라고 설명드리면 됩니다. 그런데 간혹 “한 제가 한 달 분이죠”라고 질문을 해오는 경우도 있는데 요럴 때는 조금 난감해지며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시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 분들에게 정확하게 설명드리면 다들 이해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약 한 제는 10일분입니다.

‘엥? 보통 한의원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게 보름치, 20일치, 한 달 분을 한 제라고 주던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 한의원에서 그렇게 처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제(劑 : 약짓다) =『한의』한약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 한 제는 탕약(湯藥) 스무 첩, 또는 그만한 분량으로 지은 환약(丸藥) 따위를 이른다”라고 돼 있습니다.

한 첩은 건조한 약재를 흰 종이(첩지)에 네모나게 싼 것을 말합니다, 사극이나 과거 드라마를 보면 흰 종이에 싼 한약을 몇 개씩 포개어 줄로 묶어 들고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낱개 하나하나가 한 첩입니다. 그것 20첩을 한 제라 불렀습니다.

예전 한약 복용방법은 한 첩을 아침에 달여 마시고 찌꺼기를 남겨두고 다시 점심 때 한 첩을 달여 복용하고 찌꺼기를 모읍니다. 이렇게 아침 점심 달여먹은 두 첩 분량의 한약 찌꺼기를 다시 달여 저녁에 먹었습니다. 이것이 한약의 재탕이 나오게 된 기원이 됩니다. 즉 한약은 2첩 하루 분량입니다. 20첩이면 10일분이 되고 20첩을 한 제라 하였으니 한 약 한 제는 10일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꼭 이 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한약을 종이에 싸서 드리지도 않을뿐더러 재탕이란 것은 아예 없습니다. 예전에 간혹 재탕까지 해주냐는 분도 계셨으나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기록이라 하여 무조건 따를 것은 아니고 원래는 어떻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현실에 맞게 적용하면 됩니다.

아직 한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진 않아 상대적으로 고가입니다. 고가의 약이다 보니 10일분을 넘어 15일분, 20일분을 자의적으로 드리다 보니 한의원마다 한 제의 복용날짜가 달라지게 됐습니다.

보통 발목이 삐어도 진단하면 전치 2주가 나옵니다. 그러니 한약을 먹고 치료해야 할 만성화된 질환의 경우는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 데 한약이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2주 분량, 혹 보름치 정도를 한 제 단위로 하면 될 듯합니다. 실제 저희 한의원에서는 보름치를 한 제 단위로 해서 처방합니다. 나아가 한약을 아예 건강보험에 적용되게 해 한 제, 두 제 단위로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며칠 분 처방의 방식으로 했으면 합니다.

한약 한 ‘제’를 한 ‘재’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 지을 ‘제劑’자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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