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안전보험, 농민 위한 제도로 거듭나야

  • 입력 2021.07.11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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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사람냄새 나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자본이 아닌 사람의 편에 서 주었다. 국가의 정책보험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의 원리를 앞세우며 농민 유가족을 우롱했던 NH농협생명보험에게 그들이 누구의 곁에 서야 하는지를 명확히 가르쳐 준 셈이다. 농업협동조합이 그들의 주인인 조합원을 외면하는 행위는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하며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고속도로 공사현장,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일할 사람을 줄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누구에게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들은 우리의 울분을 터지게 한다. 기업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자의 쾌적하고 안전한 근로조건 그리고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위험한 노동환경에 방치된 노동자들은 오늘도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가 경영주이면서 노동자인 농민들은 언제나 애매한 경계인의 위치에 선다. 농사일을 하다가 다쳤을 때도 개인의 책임이고 개인이 알아서 사고의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이 농작업을 하면서 손가락이 절단되고 농기계 사고로 목숨을 잃어도 크게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농업분야의 재해율은 산업 재해율에 비해 약 1.5~2배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농작업 환경을 우리 사회는 챙겨보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NH농협생명보험이 버틴 것도 농민·농업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농민들은 국가 정책의 보호망에 한발 걸치고는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된다. 농민들은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인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에도 적용이 제외돼 있고 정책보험 가입대상이지만 보험을 운영하는 곳은 주식회사라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 주식회사의 본성이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것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허울뿐인 협동조합이라는 명분에 기대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번 경북 봉화군 농민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고로 병상에 있는 사람이 보험사가 정해놓은 기한 안에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1년이라는 소멸성 보험을 설계해서 판매하는 이유가 이렇게 보험금 지급을 보험사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 농업인안전보험은 존재가치가 없다.

힘과 권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약자가 고통받고 피해를 입는 상황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이번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이 미치는 파장은 클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길을 제시한 것과 같다. 문제가 일어난 후에 해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동환경에 대한 예방적 조치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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