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속이 불편하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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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체했거나 위염, 식도염으로 속이 불편해서 내원하신 환자분들이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까요? 잡곡밥을 먹어야 할까요? 현미가 좋나요? 밀가루는 무조건 피해야 할까요? 고기는요? 찬 건 무조건 나쁜가요? 따뜻한 물을 먹어야 하겠죠?

저는 그러면 다시 물어봅니다. 무엇을 먹을 때 속이 불편한가요? 무엇을 먹으면 속이 편해지나요? 왜냐면 정답은 의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몸과 내 몸의 반응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찬물을 마셔야만 속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위에 열이 있는 겁니다. 위에 열이 있으면 평소 입맛은 좋습니다. 그런데 먹고 나면 입냄새가 나거나, 신물이 올라옵니다. 변비가 있기도 하고, 뱃속이 뜨거운 느낌이 납니다. 더위를 타고 평소에 입이 말라 갈증이 납니다. 혀가 붉고, 태가 누렇고, 맥에 힘이 있습니다. 죽엽석고탕, 옥녀전 등으로 위의 열을 내려줘야 소화가 잘 됩니다.

찬 걸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과일을 먹으면 불편해서 과일도 데워먹어야만 속이 편합니다. 이 사람은 위가 차가운 겁니다. 위가 차가우면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갑습니다. 아랫배가 차고, 찬 걸 먹으면 설사를 잘 합니다. 입에 침이 잘 생깁니다. 백태가 끼고, 맥이 약합니다. 이중탕, 오수유탕 등으로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해줘야 합니다.

매운 것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아파서 매운 것을 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위에 진액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특히 소화제를 먹으면 더 소화가 안됩니다. 대개 활명수 같은 소화제가 맵고 따뜻한 약재들이라 진액을 말리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속이 비면 쓰리고 아픕니다. 그래서 ‘아 입맛이 좀 도는구나’, ‘배가 고픈가 보다’ 하고 무언가를 먹으면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금방 더부룩해집니다. 보통 소화가 잘 안되면 혀에 하얗거나 누렇게 태가 많이 끼는데 진액이 부족한 사람들은 오히려 혀에 태가 전혀 없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혀가 거울 같다고 하여 경면설(鏡面舌)이라고 합니다. 사삼맥문동탕, 익위탕 등으로 위에 진액을 보충해줘야 합니다.

입맛이 별로 없고 달거나 매운 것, 새콤한 것 다 골고루 먹지만 많이 못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위에 기운 자체가 부족한 것입니다. 평소 기운도 없고, 조금만 일하면 잘 지칩니다. 소건중탕, 육군자탕 등으로 위에 기운을 북돋워 줘야 합니다.

어혈이 있으면 단 것이나 고기만 좋아합니다. 대변색이 붉거나 밤껍질 색처럼 어둡고, 혀를 보면 갈라져 있습니다. 맥은 껄끄럽습니다. 서각지황탕, 황토탕 등으로 어혈을 치료해야 합니다. 담음이 있으면 조금만 비려도 비위가 상합니다. 트림을 잘 하고 구역질이 납니다. 맥은 미끄럽습니다. 이진탕, 청기화담탕 등으로 담음을 없애야 합니다.

2~3가지가 겹쳐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위에 열이 있으면서 어혈이 있는 사람, 위가 차면서 담음이 있는 사람, 위에 기운이 부족하면서 진액도 마른 사람 등 다양합니다.

사람들은 정말 전부 다릅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쌀밥은 속이 불편한데 보리밥은 너무 편하다는 사람, 밀가루 국수는 소화가 잘 된다는 사람,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사람, 고기는 입에도 못 댄다는 사람. 육고기는 싫고 해물만 먹는다는 사람, 과일이 싫다는 사람, 좋다는 사람.

이것은 우리의 유전자 다양성입니다. 과거 수천년간 어떤 사람들은 고기만 구할 수 있는 유목생활에 적응해서 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바닷가 생활에 적응해서 살고, 쌀농사에, 또 누군가는 밀과 보리에 적응해 살았을 테니까요. 우리의 다름은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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