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우리에게 식용유가 없다면?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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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Non-GMO 학교급식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할 때였다. 현장조사차 영양사들과 간담회가 있었는데 몇몇 분이 “우리 학교는 국내산 콩기름을 쓰기 때문에 GMO와는 거리가 멀고 학교는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수입한 콩으로 ‘국내에서 짠 콩기름’이었다. 영양사가 ‘낚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재배한 콩으로 콩기름을 만드는 곳은 왜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GMO 표시제품을 사용하는 학교가 없으며, GM 대두나 GM 옥수수가 원료인 식용유·당류를 사용하는 학교가 33%이나, 정제 과정을 거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았기에 표시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과연 정제 과정을 거치면 안전한 것일까? GMO 표시제품이 아니면 안전한 것일까? GMO 농산물의 위해성은 유전자 변형 단백질에만 있지 않다. 이미 알려진 많은 자료에서 GMO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제초제가 훨씬 더 큰 문제라 하고 있다. 제초제에 들어있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는 2015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물질로 판명되었다. 한국 채식영양연구소 소장 이광조 박사는 신경계 교란물질로서 인간에게 매우 엄중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식품에서 글리포세이트의 잔류량을 검사하고 위험성을 알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GMO 농산물 수입 1위 국가에서의 위험한 상황이다. 콩기름은 국내에서 짜든 외국에서 짜든 국내산 콩으로 제조한 것은 없다.

작년에 긴 장마와 집중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참깨농사가 힘들었다. 나 또한 무농약 참깨 400평이 물에 잠겨 겨우 두 되 정도밖에 수확을 못 했다. 그래서 참깨와 참기름이 없어 맛있는 반찬을 못 해먹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살림에서도 국산 참깨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한시적으로 참깨를 수입하여 기름을 짠다고 한다. 물론 장날 방앗간에 가면 중국산 참기름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나 국산 참기름과 깨를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너도 나도 수입산으로 대체하자고 하면 우리의 앞날이 어떨까 생각하며 우리 가족이라도 버텨보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힘들다. 요리의 화룡점정은 마지막에 뿌려주는 깨소금 몇 알에 있고, 나물요리는 고소한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해야 하니 말이다.

콩기름과 참기름을 보면서 우리에게 원활하지 못한 식량수입 위기가 오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에게 식용유 파동이 심각하게 오겠구나 생각했다. 식량자급률이 쌀을 제외하고 5% 남짓이라고 한다. 그것은 쌀을 제외한 우리 먹거리의 9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상당부분을 식용유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식용유가 없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질까? 치킨이나 핫도그 같은 튀김요리, 볶음요리, 전이나 호떡 같은 부침요리를 못 먹게 되겠다. 손이 자꾸만 가는 유탕처리 과자들도 말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겠구나.

유지작물의 자급화는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와야 한다. 우리 농민들 중에는 유채 생산 사업단을 꾸려 국산 압착유채유 생산을 하는 분들이 있고, 참기름 사업단도 곳곳에 있다. 또한 소비자 조합을 만들어 국산 기름만 소비하려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농정이 식량자급률을 숫자로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유지작물 자급화 운동을 적극 장려하여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청의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를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여보겠다는 담대한 포부로 사업을 시작하는 농민들에게 효율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려는 이 시대의 의병들로 격려해주고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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