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 대표 주관한 ‘NH투자증권’

‘회사채’ 전량 미매각 … NH·5개 증권사가 인수

시민단체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 규탄”

NH투자증권 “2018년 맺은 계약이라 이행해야”

  • 입력 2021.07.04 18:00
  • 기자명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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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정연 기자]

지난달 16일 삼척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석탄을넘어서 제공
지난달 16일 삼척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석탄을넘어서 제공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발전소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 주관업무를 맡았지만 수요자가 없어 해당 회사채를 떠안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까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삼척블루파워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과 인수절차를 대표 주관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총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 중이다.

ESG 및 탈석탄 기조로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금융사들의 신규 투자 중단 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상황에 회사채 매각 대상을 찾지 못하게 됐고, 결국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와 회사채 인수를 분담하게 됐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강원도 삼척에 2,100MW 규모로 건설될 계획이다. 탈석탄을 추구하는 시민단체 ‘석탄을넘어서’에 따르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대로 완공되면 30년간 3억9,000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는 영국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규모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로 지역 주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삼척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서울지방법원에 NH투자증권의 회사채 모집 및 인수 등의 절차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에 참여하며 “상황이 이런데도 농민을 대표하는 금융권이라고 할 수 있는 농협, 즉 NH투자증권이 석탄발전소 회사채 발행을 강행한다면 기후위기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농협금융지주(회장 손병환)가 5개월 전 선언한 ‘탈석탄 금융’에 역행하는 NH투자증권의 행보를 지적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월 ‘2021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ESG 경영체제로의 전환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또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대출과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석탄을넘어서’는 ‘NH투자증권이 석탄발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한다면 인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18년도에 제출했던 회사채 인수 확약을 이행하는 것이다”라며 “앞으로는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ESG 비전 및 탈석탄 금융을 준수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삼척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초고압송전탑과 석탄화력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반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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