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화가 안돼요③ 조잡증(嘈雜證)

  • 입력 2021.06.27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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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배가 딱 아픈 건 아닌데 이상하게 입맛이 없어서 음식 먹을 생각이 잘 안 나면서도 가슴이 좀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하며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때론 트림이 잘 나거나 명치 밑이 더부룩하고 그득한 느낌이 있어서 마치 체한 것 같거나, 심해지면 메스꺼우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점차 아파지기도 합니다. 병원에 가면 크게 이상이 없고 체한 것 같다고 하거나 위염이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게 이상이 없으니 신경성으로 그런 것 같다고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런 병을 동의보감에서는 조잡증(嘈雜證)이라고 하였습니다. 동의보감에 나온 조잡증에 대한 설명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조잡증은 배고픈 듯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고 아픈 듯하나 아프지 않으며 가슴이 몹시 답답하고 괴로워 안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증상으로는 혹 트림이 나거나 명치 밑이 더부룩하고 그득한 감이 있거나 메스꺼움증 등이 겸해 있으면서 점차 위완부까지 아프게 되는데 이것은 다 담화(痰火)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병증이라도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서 치료 방법을 달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크게 실(實)증과 허(虛)증으로 나눠서 치료 방법의 큰 틀이 정해집니다. 실(實)증이라고 하면 현재 병증이 실(實)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는 직접적으로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치료가 주가 됩니다. 조잡증의 경우에는 담화(痰火)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는데요, 뒤에 치료법에도 보면 담(痰)을 삭히는 천남성, 반하, 귤홍 등의 약재들과 화(火)를 내리는 황금, 치자, 지모 등의 약재들이 나옵니다. 담을 치료하는 대표처방인 이진탕에 화를 내리는 황금, 황련, 치자 등을 더하여 쓰는 가감법도 나옵니다. 생활 관리도 담화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해야 할 텐데요, 기름진 음식이나 술이 대표적으로 담화를 만들어 내는 음식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 술은 가급적 드시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화(火)도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는 과식하거나 식사하는 것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조금 기분전환이 될만한 활동을 조금 하시고 마음이 좀 안정된 뒤에 식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나면 꼭 체하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다음은 허증(虛症)입니다. 허증은 몸이 허약하다는 의미입니다. 몸이 허약하기 때문에 실증에 쓰는 약들을 쓰면 오히려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몸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길러줘서 병세가 낫도록 해야 합니다. 흔히 “면역력을 높여서 병을 이겨내야 한다. 몸의 저항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런 허증 치료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조잡증의 허증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새벽에 속이 쓰린 것은 지나친 사색과 염려로 심(心)을 상(傷)하여 혈(血)이 허해졌기 때문이다.”

허증의 증상으로 새벽에 속이 쓰린 것을 말했습니다. 환자분들을 보면 새벽에 속이 쓰려서 잠이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속이 좀 불편하다가 아침을 먹으면 좀 괜찮아진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꼭 새벽이 아니더라도 공복 상태일 때 속이 쓰리다가 뭐라도 먹으면 좀 괜찮아지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그런 경우들도 허증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분들은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참 중요합니다. 핫팩을 하루에 10~30분 정도씩 해주시면 좋습니다. 음식은 특히 차가운 것을 먹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차가운 물, 아이스아메리카노, 냉면, 시원한 맥주 등 차가운 것은 다 피해야 합니다. 찬 과일이나 샐러드도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새벽이나 공복에 속이 쓰려서 괴로울 때는 우유를 반 잔이나 1/3잔 정도 따뜻하게 데워서 조금 드시거나 따뜻한 물을 조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허증의 경우도 지나친 사색과 염려로 인한다고 되어있어서 역시나 스트레스 관리가 참 중요합니다. 다른 질환들보다 소화기 쪽은 특히나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오늘 알려드린 생활 관리 잘 실천해보시면서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증세가 심하신 분들은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치료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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