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인류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 기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2019년 말 중국에서 보고된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질병과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발병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해 인적 교류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질병 통제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코로나19는 각종 변이종을 만들어 내며 일상 복귀를 위한 인류의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
전염성 질병인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 차단방역과 백신 접종의 두 가지 극복 전략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는데, 산업적 피해도와 피로도가 높은 차단방역은 희생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백신 접종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접종 의지가 중요하다. 지난 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백신 수급 문제와 도입된 백신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전 국민적 저항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여러 통로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접종 대상자들을 설득하고, 접종 완료자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마스크 착용 제외, 집합금지 열외, 백신여권 발급 등)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단시간 안에 접종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시켰다. 그 결과 2021년 6월 10일 기준 전체인구의 약 20%에 이르는 1,000만명 이상의 인구에 1차 접종을 완료했다. 각종 규제를 통한 차단방역 정책은 높은 효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백신 접종으로 받게 될 보상은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에 반해 지난 수십년간 전염성 질병과 싸워오고 있는 축산 현장에는 코로나19에서 큰 반감을 일으키고 있는 페널티 부여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 구제역은 백신 접종 후 소와 돼지에서 유산, 발정 지연, 이상육 발생 등 산업 전반에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접종에 대한 패널티만 존재한다. 더욱이 구제역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입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 차원의 피해 실태 파악과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항체형성률을 근거로 기준 미달 농가에 대한 과태료 부과 정책을 최근 강화하여 농가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과 관련해서는 양돈농장에 8대 방역시설(외부울타리, 내부울타리, 입출하대, 방역실, 전실, 물품반입시설, 방조망 및 방충망, 축산폐기물 보관시설)이라 명명된, 현장 적용이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 의무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제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당 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시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시키겠다며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국가 단위의 ASF 통제정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농가 단위 방역망을 구축 후 차후 발병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모양새로 그 해당 산업의 일원으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정책이다.
전염성 가축질병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축산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금과 같은 패널티 위주의 방역정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방역당국의 무능한 자세는 농가들의 호응을 결코 이끌어낼 수 없다. 국가의 방역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는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방역에 협조한 농가들에게 적정한 피해 보상책을 제시하자. 그리고 패널티 위주의 90년대식 밀어붙이기 가축질병 방역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방역 담당자의 실적 채우기를 위한 정책이 아닌 축산업과 농민들을 위한 행정을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