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농지법 개정 개탄한다

  • 입력 2021.06.2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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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이 한 달 만인 지난 24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농지투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부동산정책의 한 축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여당은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서는 백가쟁명의 부동산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농지법 개정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만 해도 16개에 달한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농지규제를 강화해 농지투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지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의 반대로 완전히 무력화됐다. 농지법 법안심사소위 통과 이후 농민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지난 24일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주철현 의원이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정부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LH 사태 이후 그동안 농민들과 국회, 언론, 시민사회에서는 농지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토론과 의견제출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 여론은 실제 입법과정에서 정부에 의해 완전히 무시됐다. 특히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지실태조사를 통해 농지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아무 의미 없는 활동이 되고 말았다. 행정독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농지문제는 농업의 근본 문제다. 농정의 출발은 농지에서 출발한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농지문제의 핵심은 농지 소유를 누가 하고 있느냐에 있다. 그래서 헌법 121조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도 농지법 안에 각종 예외적 조항을 둬 오늘날의 농지 소유 문란사태를 초래했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경자유전을 실현할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관리를 잘하겠다는 본말이 전도된 농지법 개정방안에 중점을 뒀다. 농지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미봉책으로 사태를 호도한 것이다.

농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구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 농민이 아니어도 농업법인을 만들 수 있고, 농업법인을 통한 농지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됐다.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15년 뒤에는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민소유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런데도 상속농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농지법 개정안을 보면 과연 문재인정부가 농지를 식량을 생산하는 공공재로 인식하는지, 농지투기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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