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 색깔이 왜 이래요

  • 입력 2021.06.20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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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개원 초기 연로하신 노부부께서 한약을 지으러 오셨습니다. 연세도 많으시고 기력도 딸려 녹용을 넣어 처방받기를 희망하셨습니다. 개원 초기 의욕에 불탈 때라 성심성의껏 진료하고 두 분도 흡족해하시며 한의원을 나서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두 분이 직접 약을 들고 한의원을 찾아오셨습니다. 약 색깔이 검지 않고 너무 맑아 이건 한약이 아닌 것 같다며 환불을 요구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효과의 문제도 아니고 단 색깔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고 환불을 요구하시는 바람에 결국은 그렇게 했습니다.

이런 씁쓸한 경험은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이후 한약 색깔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환자분들에게 미리 설명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까지 한약 색깔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다 보니 환자분들에게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한약의 색깔은 무궁무진합니다.

한약은 재료인 한약재를 달인 액체입니다. 한약재의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올 수 있습니다. 주로 식물성 재료가 많습니다. 식물을 오래 끓이면 어떤 색깔이 나올까요. 나물을 예로 들면 나물을 삶으면 녹색계통의 나물 색깔이 나오듯, 한약을 끓인다고 무조건 검은색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상한방이라는 고방(옛날 처방)을 사용하는데 계지탕, 마황탕이라는 약이 대표적인 두 처방입니다. 계지탕이라는 약은 그냥 멀겋습니다. 제가 봐도 ‘아, 이건 설명 없이 드리면 환자 분들이 황당해하겠다’ 싶을 정도로 멀겋습니다. 마황탕은 약간 회색빛이 나옵니다. 전 구울 때 사용되는 치자라는 약재가 들어가면 주황빛 도는 노란 색이 되기도 하고, 황련은 약의 위쪽이 샛노랗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한약 색깔이 검어지게 됐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빛은 모이면 밝아지고 색은 여러 가지가 겹치면 검어지듯이 한약재의 가짓수가 많을 경우 달이면 짙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검어지지는 않습니다. 한약색이 검은 이유는 대부분 숙지황이라는 약재 때문입니다.

1960~70년대까지 국민들의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허약해서 문제가 생길 때가 많았지요. 그래서 몸을 보할 때 사용하는 사물탕이라는 처방을 기본으로 깔 때가 많았습니다. 사물탕 처방이 숙지황, 천궁, 당귀, 작약인데 이 중 천궁, 당귀가 한약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약재이고 한약의 색이 검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숙지황이라는 약재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약에 숙지황이라는 약재 또는 검은색이 되는 약재가 들어가지 않으면 한약 색깔은 아주 다양하게 나옵니다. 처음부터 환자분들에게 설명만 해드리면 요즘은 다들 이해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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