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 수확기 마늘의무자조금 농촌일손돕기 보고서

2021년 마늘 수확현장을 가다(2021.6.15. ~ 6.16.)

  • 입력 2021.06.20 18:00
  • 수정 2021.06.20 20:46
  • 기자명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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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문씨는 경남 남해의 마늘 재배농민으로, 2019년 8월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출범 이후 협회 정책위원장을, 지난해 10월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출범 이후엔 의무자조금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농민 출신 사무국장이라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농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입니다. 마늘 수확철, 벌마늘과 인력부족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생산현장을 돌아다니며 ‘수확기 마늘의무자조금 농촌일손돕기 보고서’라는 제목의 수기를 작성하고 있는데, 지난 17일 작성한 그 두 번째 글을 독자님들과 공유함으로써 최근 마늘 생산현장의 심각한 인력 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수확 작업 중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비가 추적이는 16일 오전, 의성 다인의 한 마을에 9,000여평의 마늘(대서마늘)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논을 찾아갔지만 수확을 포기한 마늘이 흙 속에 갈려 있었다. 논의 앞쪽과 뒤쪽은 노모께서 기계작업을 위해 사전에 뽑은 마늘들이 비를 맞고 있었다. 순간 아무생각이 없어졌다.

생산자를 찾아 집으로 갔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이라는 명함을 드리는 것도 민망했다. “수확을 위해 기계로 마늘을 털어놓고 인부를 기다리는데 온다는 인부는 빵구를 내고, 비는 온다지, 가만히 논을 보는데 저걸 수확하려면 또 돈이 몇 천만원이 들겠고, 돈은 없고, 차마 내가 할 수 없어서 내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니가 논 갈아달라고 아는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글썽이는 눈망울로 차마 얼굴은 못 보고 듣기만 했다.

총 12,000평의 마늘(대서마늘)을 경작하시는 분이였다. 12,000평의 마늘을 채우고도 남을 농가의 건조곳간은 6분의1도 안되는 한곳만 중간쯤 마늘이 채워져 있었고 모두 비어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마늘 동해 피해로 결주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관리해서 이제 수확하려고 하는데 사나흘에 한번씩 비가 오고, 지난해보다 인건비를 더 지출하며 피복 비닐을 걷어내었지만 “최소한 농사일을 하는 일꾼들은 그러면 안되는 것이 아닌가? 비닐을 걷은 포전이 무슨 염소떼가 지나간 것처럼 황폐화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수확을 해야 해서 또 일꾼을 들여 마늘대를 자르고 기계로 마늘을 털었다. 그런데 비가 오는데 수확하는 인부가 없었다.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은 경북 의성 다인면의 마늘밭.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은 경북 의성 다인면의 마늘밭.

‘누가 마늘밭을 갈아엎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왜 9,000평이나 되는 마늘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는가는 공론화되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많은 농민들이 규모화 되었고, 부족한 후계인력은 일부 남은 생산자들의 규모화를 더 부추겨 이제는 외부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린 것이 지금 농촌이다. 그런데 누구도 농번기 인력수급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소한 이런 상황이 수확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내몬 것이다.

의성의 많은 농가가 수확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래도 주위 눈이 무서워 차마 갈아엎지는 못하고, 노력비도 나오지 않는 들판에 인력을 사서 넣어야 하는 것이 2021년 일부 마늘 수확의 현장이었다

 

갈아엎은 마늘밭에 으깨진 마늘들이 뒹굴고 있다.
갈아엎은 마늘밭에 으깨진 마늘들이 뒹굴고 있다.

흉흉해지는 동네의 민심

비가 올까말까한 15일 의성읍의 들녘, 마늘을 털어 놓은 논밭에 많은 사람들이 마늘작업에 한창이었다. 예전 같으면 대여섯 뿌리를 양손에 잡고 한번 툭 부딪히면 거의 흙들이 틀려나갔는데 올해는 마늘 하나씩 잡고 비틀어야 흙을 털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비오기전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인부를 구한 농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부를 구하지 못한 농가는 달랑 두세명이 900평의 논에 앉아 마늘을 털고 묶고 있었다.

“누구하나 걸려봐라”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싣고 온 마늘을 건조장에 걸기위해 잠시 차를 정차시켰다. 자기 집 두세명의 인원으로 마늘을 싣고 집으로 향하는 농가의 트럭과 마주쳤다. 뒤에서 큰 소리와 경적이 울린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한 동네의 사람들이 작은 부분에도 서로 성을 내며 부딪치는 것이 마늘 수확의 현장이다.


해체되는 농촌 공동체

예전 농촌은 품앗이라는 것이 있었다. 영농의 규모가 지금처럼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고, 서로 농번기때 한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품을 빌려주고, 빌려가며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규모화가 추진되고,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영농의 규모가 농가마다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 이제 품앗이는 없어지고 동네의 사람들을 인건비를 주고 얻어야 한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자기 동네 사람들은 자기 동네 일이 끝나면 다른 동네에 품을 팔러 나가곤 했는데 인건비가 3, 4만원이나 차이가 나니 옆집의 논에 마늘작업이 있어도 돈 더 많이 주는 다른 동네로 원정을 간다.

그리고 비오는 들녘은 물을 잡는 바로 아래 논에 마늘이 서 있는 상황이 더욱 자주 연출된다. 윗 논의 물이 아무리 잘 잡아도 아래로 흐를 수 밖에 없다. 아랫논의 마늘은 수확하기 어려워진다. 이왕 물 들어온 논물을 더 넣어 캐어볼 심산으로 물을 넣었지만 인부가 오지 않는다. 마늘이 썩어 들어간다. 그래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발생한다. 의성군 가음면의 한 농가이다.


빛 좋은 개살구

때깔 좋은 살구가 아주 먹음직해 보인다. 그런데 개살구다. 2021년 마늘의 현실이다. 얼마 전 언론에 마늘가격이 지난해 대비 70%나 올랐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런데 인건비가 6~70%나 올랐다. 그리고 품이 더 들어간다. 마늘값이 올라도 경비가 더 오르니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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