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의 권리 강화하는 유통구조 돼야

  • 입력 2021.06.2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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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북도의회에서 ‘경북 공익형 시장도매인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해 전라남도에서 요구한 공익형시장도매인에 대한 필요성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공영도매시장의 중심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지자체 주도의 비영리공익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을 목표로 가락시장에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지인 전라남도와 소비지인 서울이 협력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자 나선 것이다. 전남에 이어 제주, 경북, 경남, 충남도에서도 공익형 시장도매인 도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농도인 전남에서 처음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을 구상하게 된 것은 산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양파, 마늘, 배추, 대파 등의 농작물이 해마다 가격폭락을 겪으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한 수급조절 정책의 한계를 맞닥뜨렸다.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서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산지 농민들의 손을 떠난 농산물이 대부분인 상황 속에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농업의 어려움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지인 서울과 함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어느 곳보다 공영도매시장의 핵심인 가락시장에 전남형 공영시장도매인이 도입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85년 개장한 가락동 도매시장은 전국 33개 공영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상징과도 같고 전국 원예농산물의 절반 가까이를 거래하는 곳이다. 원예농산물 유통의 중심에는 가락시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농민들에게도 가락시장이 갖는 의미는 크다. 공영도매시장의 이름에 걸맞는 공익성을 가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출하자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2004년부터 서울 강서시장에서는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지만 가락시장은 기준가격을 형성한다는 이유로 경매제 이외 다른 제도의 도입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가락시장 내 공익형시장도매인을 도입하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만 있으면 가능하다. 복잡하게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고 공영도매시장의 정신을 위반하는 내용도 아니지만 농식품부가 사실상 반대해 지금까지 가로막혀 있다.

농산물 가격 폭등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 되고 있지만 유통단계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에 현장의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상 답을 내는 사람은 현장이 아니고 관료들의 판단에 모든 것이 좌우된다. 경매에 참여했던 출하자들이 경험했던 그 부당함은 다양한 거래제도 도입의 요구로 이어졌다. 이제 더이상 미루지 말고 산지와 소비지의 협력을 통해 농산물 수급안정, 가격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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