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한국농업 이대로 좋은가? 한국농업의 딜레마와 그 해법

  • 입력 2021.06.20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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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농지투기 사건으로 되돌아본 한국의 농업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개발정보를 독점한 권력층에서 시작해 일반인의 농지투기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정부와 국회는 농지투기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오를 대로 오른 농지가격으로 인해 어떤 대책으로도 농업 생산성이나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발전은 묘연하며, 식량안보에 중대한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산촌이나 낙도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되고, 농지는 버려지고 있다.

도시 인근 농지는 개발 기대로 인해 가격이 폭등해 있다. 전국 농지 평균가격은 이미 농업생산용으로 부적당한 정도로 올라 있다. 우리나라 농지 평균가격은 프랑스의 약 300배에 이른다. 농업 생산성을 따지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더욱이 그 농지는 대부분 도시인의 수중에 있다.

농지가 농업생산요소로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농민에게 돌려주고 농업생산성을 담보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족히 20년은 걸릴 것이다. 농민은 농사짓는 것 외에 변변히 할 수 있는 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으며 농지 임차인을 보호하는 정책조차 변변한 것이 없다. 그리하여 농지 임차인은 공익적 직불금조차 온전히 챙기지 못하는 소작인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조차도 유통과정에서 농민의 이익이 새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더 나아가 음식, 관광, 스포츠, 치유농업까지 결합한 6차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이미 도시인 중 누군가에 의해 점령돼 있는 이익을 농민에게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심하고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농민이 농지로부터 얻는 소득은 농촌 생활 유지비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농촌이 버려지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설령 농민의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더라도 농업선진국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농업이 3D업종으로 유지되는 한, 농민은 농촌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혁신을 통한 농작업의 기계화, 자동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네덜란드 농업에서 보여준다. 물론 네덜란드 농업은 GNP의 20%를 차지할 만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모해 있으나, 농촌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국농업의 산적한 과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모든 식물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혈안이다. 햇빛과 물을 판매하는 자원 낭비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식물자원 바탕의 바이오시장은 장차 반도체 시장의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에는 바이오에너지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 관심은 인간 중심 바이오산업의 육성에 있다.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음료 및 식품, 동물용 의약품, 화장품, 각종 성인병 치료약 개발 등 그린바이오-레드바이오(Greenbio to Redbio) 분야다.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정부도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으로 그린바이오 5대 유망산업의 체계적인 전략 및 이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이 신산업분야는 불과 15년 남짓해 아직도 무풍지대다. 다른 선진국조차도 기술발전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누가 먼저 플랫폼기술을 갖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각종 식물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을 갖게 된다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플랫폼기술을 바탕으로 제2차, 제3차 특허기술이 개발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그린바이오 레드바이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이 플랫폼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는 제2의 반도체산업이라 할 수 있는 그린바이오 레드바이오 신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실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편 이 산업에 필요로 하는 원료생산지는 집약농업이 행해지던 전통적인 농지가 아니라 청정지역임에도 홀대받아 왔던 버려진 산간농지, 낙도농지가 될 것이고, 스마트팜 농장이 될 것이다. 레드바이오 산업에서는 어떠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살포도 허용되지 않으며 농지에 잔류치가 남아 있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레드바이오 시장의 원료생산은 씨를 뿌리고 방치 후 수확하는 단순 작업에 불과하다. 3D업종으로 인식되는 농업을 탈피해 농민에게 저노동력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이다.

산촌, 낙도의 농촌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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