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앙등 말고 생산비를 잡아라
농산물값 앙등 말고 생산비를 잡아라
  • 관리자 기자
  • 승인 2008.08.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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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이명박 정부 들어 물가가 올라 서민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런데 물가 앙등의 예로 든 품목들은 대부분이 농산물이다. 농산물 가격이 서민생활의 안정을 좌우한다는 명분으로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농산물을 ‘주된 물가 관리 대상’으로 삼아 왔다.

지난 2월말 이병박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발표한 ‘물가상승 집중관리 품목’ 52개에는 무, 배추와 파, 마늘, 쌀, 쇠고기, 돼지고기 등 농산물이 대거 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뒤이어 정부는 최근 농산물가격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1일, 국내 쌀값이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07년산 벼와 ‘05년 수확기 대책으로 매입한 농협 보유벼를 동시 공매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농림수산식품장관은 20일 양재동 소재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유통이 과일류, 채소류, 축산류, 수산류 등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최대 40% 인하 판매키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농협유통은 이날 사과ㆍ포도 등 과일류는 10∼20%, 시금치ㆍ고사리ㆍ숙주 등 채소류는 5∼33%, 닭고기ㆍ계란 등 축산류는 15∼20%, 약과ㆍ대추 등 특산류는 20∼30%, 간장ㆍ식용류ㆍ밀가루ㆍ부침가루 등의 식품류는 1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장관은 이날 또 추석을 앞두고 ‘농촌사랑 우리 농축수산물 큰 장터’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2천여개의 다양한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여 농수축산물을 시중가격보다 10∼40% 싸게 팔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민을 위한다고 자처하는 농협 자회사까지 나서서 농산물가격을 끌어내려 농민수탈에 앞장서겠다고 하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막힌 발상이 아닌가.

참다 못한 농민들이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유가 및 생산비가 급등했는데도 농축산물 가격은 제자리여서, 생존권을 내세우며 농축산물 출하거부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터이다. 실제 올들어 농업용 면세유, 복합비료, 배합사료 가격 등은 많게는 두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정부는 물가안정 대책으로 지정한 52개 집중관리 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을 농수산물로 채우면서, 공공요금과 서비스업 물가는 놔두고 농수산물가격만 내리려 하고 있다. 여기에 농협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식량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1980년대 중반까지 약 50% 수준이었던 것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전년도 기준 26.2%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을 제외한 옥수수, 콩, 밀 등을 포함한 나머지 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지 않고, 농산물 수입에만 의존한 탓이다. 올해 국제곡물가 폭등으로 수입곡물의 높은 가격이 현재 물가고의 주범일진데 그 본질을 외면한 채 국내 농산물가격의 인위적인 관리로 그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겠다고 하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내 농산물을 물가앙등의 주범으로 몰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수입곡물과 농업생산자재의 값을 안정시키고, 농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의 생산비를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내어 놓아야 한다. 본말을 전도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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