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 담장을 넘자

  • 입력 2021.06.1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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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제목만 보고 학생들의 ‘학교 탈출’을 조장하는 글이라 오해하지 마시라. 지금 교육체계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학생들에게 진짜로 학교 담장을 넘어 탈출하라는 뜻은 아니니 걱정마시라. 당장 학교 담장을 넘어야 할 것은, 바로 ‘공공급식 강화에 대한 논의 내용’이다.

왜 이 생각이 들었냐고? 최근 페이스북에서 군대 내 코로나19 관련 격리자 급식 꼴을 보고 나서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말라 비틀어진 생선 네 토막을 3명의 병사들이 알아서 먹으라고 갖다주고, 다섯 칸 중 두 칸은 텅 비운 급식판을 갖다준 걸 보며 온갖 생각이 들었다.

군대와 정부는 어떤 욕을 먹어도 할 말 없다. 지금 군대를 보라. 코로나 시국에 국민 혈세로 역대급 군비증강에 나서고,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사드 배치 및 해외무기 도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면서 정작 병사들 먹거리는 이토록 신경을 안 쓴 것이다. 뿐인가. 공군에선 성추행이 일어났는데도 진상규명은커녕 은폐에 급급하다가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엄청난 ‘인간 소외’ 현상이다.

자, 여기서 잠시 우리 농업전문 언론과 농업·먹거리운동 진영은 병사들 먹거리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되돌아보자.

농업·먹거리운동 진영은 장기간의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벌여, 학교에서 이를 실현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점차 어린이집·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이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심지어 10년 전 학교 무상급식을 그토록 반대했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마저 유치원 무상급식을 하자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러나 이 ‘친환경 무상급식’ 담론은, 적어도 아직까진 학교급식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학교급식 바깥의 공공급식 확대 논의는 계속해서 이뤄져 왔지만, 어디까지나 논의의 중심은 학교급식 영역이었다. 군대급식은 ‘n분의 1’이었다. 일각에선 공공급식 영역을 ‘파이’에 비유하며, 가장 큰 ‘조각’인 학교급식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학교급식 또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맞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군대·병원 등의 영역에선 어떤 먹거리가 어떤 식으로 오가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사이 군대와 병원에선 부실한 먹거리들이 오갔다. 병사들 먹거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군대급식 개선 대책이라고 국방부 장관은 ‘컵밥’을 거론하고, ‘급식 외주화’를 거론한다. 급식 민영화가 과연 농업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갈지, 그 과정에서 병사들 먹거리의 건강성이 담보될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젠 ‘공적 먹거리체계 구축 논의’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학교 담장을 넘어 유치원·어린이집·군대·병원 등지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자본이 아닌 우리 농민들의 먹거리를 병사들에게, 환자들에게 공급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먹거리운동 진영도, 언론도 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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