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키워내는 제도가 필요하다

  • 입력 2021.06.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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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의 종자를 거두고 씨앗을 뿌리기 적당한 ‘망종(芒種)’이 지났다. 농촌 들녘은 모내기가 한창이고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는 6월, 농민들은 일년 중 제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일년 농사의 시작이면서 마늘 등은 수확을 기다리는 시기이지만 수확의 기쁨보다 더 앞서는 것이 수확할 일손이 없다는 걱정이다.

밭에서 캐내야 할 때를 맞춰 수확하지 못하면 애써 농사지은 작물은 그대로 썩거나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최근 너무 잦은 비로 작업시기도 늦어지면서 올해 농사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위기와 함께 농민들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중심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매년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촌현장이지만 올해는 그 체감도가 더 높은 상황이다. 작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전혀 입국하지 못해 인력난이 가중됐고 그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밭작물 농업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해오던 외국인노동자의 부재는 농업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농촌에는 늘상 사람이 부족하다. 젊은 사람도 없고 농사일을 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의 실업자는 지난 4월 기준 114만7,000명이다. 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농사를 직업으로 고려하는 사람은 너무나 소수일 뿐이다. 사람의 자리를 점차 인공지능(AI)이 대신해 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위협받는 인간의 일자리 수요를 농업에서 찾을 수 있지만 관련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농업도 농기계가 발달하면서 많은 부분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는데 경지정리가 잘 돼 있는 논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밭작물의 상당수는 파종, 정식, 수확 등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필수다. 콩 타작기 대신 여전히 도리깨질로 콩을 타작해야 제대로 갈무리 되는 것처럼 아무리 최신기계가 개발됐다 해도 실제 농사에 활용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영농형태별로 고용노동 투입시간이 차이가 있다. 밭작물, 화훼, 기타작물 등이 식량작물에 비해 고용노동 투입시간이 더 많다. 그만큼 기계화율은 낮고 고도의 노동력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다는 뜻이다.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집중되고 이 시기 인건비는 생산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농업노동의 부족은 농업에 산적해 있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년 농사를 위해 생산비를 들여 농사짓고 수확물을 판매하여 수익은커녕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업노동 부족의 문제해결은 이러한 농업 현실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농산물을 생산해서 농가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의 농업환경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제값 받는 농산물 정책이 필요한 것은 농민으로 살아가는 일이 지속 가능하느냐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일자리로 잠시 머물다 가는 농업노동이 아닌 농업·농촌의 미래전망을 가지고 농촌에서 살아갈 농민을 키워나가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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