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말 잔치, P4G 서울정상회의

  • 입력 2021.06.0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던 ‘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서울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2018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차 P4G 정상회의 이후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으로 연기되다가 결국에는 화상으로 개최된 회의였다. 제2차 P4G 서울정상회의는 기후위기와 전 세계의 감염증 확산 위기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내심 기대했으나 이내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잘 차려진 밥상이었지만 보기에만 좋았다. P4G는 정부, 국제기구,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발전 협력 사업을 발굴·지원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회의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5대 중점분야 식량·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중 식량·농업은 첫 번째 중점분야였지만 중심주체는 농민이 아니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만 중심이 됐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농업의 주체인 농민은 세계적인 전문가들 사이에 포함되지 못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농민들은 스스로가 참여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대상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 또한 농민들을 기후위기 극복의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농민이 아닌 자본을 위한 농업을 추구한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이라 말할 수 없다. 스마트팜이 농업의 미래이자 대안적인 영농모델이라면 농민보다 기술을 앞세운 선전이고, 그 기술에서 사람은 단지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식량과 농업을 이야기하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 해소를 언급한다면 여기서 정부의 농정철학을 볼 수 있다. 경쟁력을 강조하고 농업을 규모화하면서 행해졌던 수많은 정책은 이미 실패했고, 탄소중립 농업을 이야기하는 현 시점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 농민들은 농업에서 기업 규제를 논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농민이 탄소중립적인 농사를 실현하는 데 규모화 정책, 기업농은 정반대의 방향이다.

기업이 농업에 진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기후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윤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에게 농민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또한 기업의 이윤추구에 앞서지는 않기 때문이다.

P4G는 환경분야 다자정상회의로 기후변화대응 및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달성을 위해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올해는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이행하는 원년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예상치의 37%를 줄여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탈석탄을 강조하지만 정작 석탄발전소 투자는 중단되지 않았다. 전 세계가 당면해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우리 내부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온갖 개발사업이 농촌지역을 말살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기후위기의 문제를 같은 관점에서 논할 수 없다. 농촌지역의 개발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만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