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 변죽만 울리고 말 것인가

  • 입력 2021.06.0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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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농지법이 제정되고 지금처럼 농지법 개정 여론이 높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농지법은 제정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하면서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을 무너뜨려 농지 문란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농지투기 사태를 보면서 농지를 목적에 맞게 농사용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 됐다. 누구나 쉽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고 취득한 농지는 지목변경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농지법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농지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LH 사태 이후 농지법 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고 공통된 내용은 농지를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농사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 종료한 농지법 개정안은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의 내용이 정부의 반대로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들은 농지투기 근절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농지 거래위축 문제와 농지소유자 재산권 침해 등의 쟁점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농지시장 위축 우려, 농업인구 신규 참여 기회 보장 등의 이유로 의원들이 발의한 농지법 개정안 대부분에 반대했다고 한다.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입으로는 농지투기 근절을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농지투기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이유는 안정적인 국민의 식량 생산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재산권의 제한이 불가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농지법 개정안은 경자유전의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누구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다.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최근에 농업법인의 농지투기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농업법인의 농지소유 요건 강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농장·체험영농을 위한 농지소유를 농업진흥지역 농지만 제한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농지투기는 지목변경이 어려운 농업진흥지역보다 손쉽게 지목변경이 가능한 일반농지에서 빈번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지 공동 소유를 최대 7인으로 제한한 것이 농지투기 예방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근거도 없다.

오늘날 농지 문제의 근원은 상대적으로 싼 농지를 취득해 각종 개발을 통해 막대한 지가상승을 꾀하려는 탐욕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의 목적인 농사용으로만 농지 취득이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여전히 허점이 많다. 누구나 농사짓겠다는 의사만 있으면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현행 농지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농지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국회는 농해수위 의결 과정에서 이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어렵게 조성된 농지법 개정의 호기를 일부 기득권 세력들의 탐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에 부응해야 한다. 정부가 반대하면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국회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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