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화불량인데 왜 소화제가 듣지 않을까?

  • 입력 2021.06.06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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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소화가 안되면 참 괴롭습니다. 가스가 차서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신물이 올라오고 쓰리기도 합니다. 메스껍고 머리가 아픕니다. 트림도 해보고 산책도 하고 명치끝을 주물러도 보고 엄지와 검지사이의 합곡혈도 주물러 봅니다. 그래서 풀리면 다행인데 계속 답답하면 소화제를 찾습니다. 그런데 소화제를 먹어도 소화가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찾는 소화제는 OO 활명수입니다. 지금까지 85억병이 팔렸다는데요. 이 제품은 창출, 후박, 진피, 육계, 건강, 박하, 정향, 현호색, 고추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약재들은 고추처럼 대부분 맵고 따뜻한 성질의 약재입니다. 특히 창출, 후박, 진피는 소화제 처방인 평위산(平胃散)의 구성 약재로, 아마도 활명수는 평위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평위산은 음식 생각이 없고 명치 부위가 더부룩하고 아프며 구역질이나 딸꾹질을 하고 속이 메스껍고, 트림을 하고 신물이 올라올 때 쓸 수 있는 소화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위산은 강렬하게 소모시키고 흩는 약이어서 위장을 보할 수는 없으니, 속이 편하면 복용을 중지해야 하고 늘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맵고 따뜻한 성질의 소화제는 당장 급할 때 소화를 시켜줄 뿐 위장기능을 개선시킬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사람들은 위장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위염이나 위궤양처럼 위장 조직이 손상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식도 괄약근이나 위장 근육 자체의 운동성이 약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위가 정상위치보다 아래로 쳐지는 위하수(胃下垂)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소화불량을 치료하려면 소화제가 아니라 위장기능을 정상화하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지금이야 내시경이 있어서 위장 상태를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내시경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한의학에서 직접 관찰해본 적도 없는 위염, 위궤양, 식도염 같은 걸 치료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내시경이 없었을 뿐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을 지금보다도 정밀하게 관찰했습니다. 우선 환자의 다양한 증상들을 듣습니다. 메스껍다, 쓰리다, 더부룩하다, 트림이 난다, 속이 뜨겁다, 차갑다, 먹으면 좀 낫다, 더 심하다, 매운 것, 또는 신 것을 못먹는다 등등.

그리고 관찰합니다. 얼굴의 색깔이 노란가, 붉은가, 어두운가, 밝은가. 혀의 색깔이 짙은가, 흐릿한가, 설태는 많이 끼었는가, 아예 없는가. 좌우 손목의 맥은 빠른가 느린가, 깊은 곳에서 뛰는가 아니면 피부 가까이에서 뛰는가, 맥의 모양은 큰가, 작은가, 긴장돼 있는가, 껄끄러운가, 미끄러운가. 복부의 이곳저곳을 눌러보아 아픈 곳이 있는가, 힘이 빠져있는가, 긴장돼 있는가. 대변은 매일 보는가, 풀어지는가, 딱딱한가, 시원한가, 색이 어떠한가. 소변은 자주 가는가, 시원한가, 색이 어떠한가.

한의학은 이러한 진찰을 종합하여 위장의 상태를 진단합니다. 여기에는 위염, 식도염, 위궤양 등의 증상들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진단 방식이 다릅니다. 위장에 기운이 허하다, 진액이 허하다, 차갑다, 열이 있다, 어혈이다, 담음이다, 혹은 스트레스나 과로, 면역력 저하 때문에 위장기능이 약화됐다 등의 진단입니다. 내시경상 같은 위염이라도 환자의 증상과 의사의 관찰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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