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라진 축산농가는 분석에서 왜 빠졌나?

  • 입력 2021.06.06 18:00
  • 수정 2021.06.08 10:3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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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문재인정부는 1:1 FTA를 넘어 다자간 FTA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에 농축산업계의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엔 산업통산자원부가 농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RCEP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FTA 체결 및 비준 과정에서 봤듯 각 분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분야별 간담회를 마치면 여론수렴을 했다면서 국회에 비준을 요구할 걸로 보인다.

RCEP과 CPTPP 가입국을 보면 축산업계를 들끓게 했던 영연방 FTA 체결국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눈에 띈다. 이들 나라와의 FTA는 발효된 지 5년이 지나 최근 그 이행상황을 평가한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 이행상황평가 보고서를 보면 두 FTA 모두 농축산업 생산액 감소피해가 미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5년 누적일 뿐이어서 관세가 점차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섣불리 미미한 피해라 단정내린 게 아닌가 싶다. 또, 농축산업 전체가 아니라 축산업, 그중에서도 특정 품목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이들 보고서는 한-영연방 FTA 국내보완대책을 시행한 결과, 국내 농축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생산액 감소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세운 보완대책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이다. 수혜농가의 생산환경과 생산성 증가를 높게 산 것이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은 축산농민으로서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진행할 수 있다. 참여한 농가는 아직 융자가 많이 남아있고 참여하지 못한 농가는 도태되진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게 현실이다. 축산현장의 실상은 도외시하고 통계상 숫자에만 매몰돼 내린 평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식적인 통계만 따지겠다면 지난 5년간 사라진 축산농가 숫자는 왜 헤아려 분석하지 않는가? 통계청 가축사육농가 통계를 보면 한우 사육농가는 2015년 7만3,619가구에서 2019년 6만7,493가구로 줄었고 같은 기간, 젖소 사육농가는 4,433농가에서 3,576농가로 돼지 사육농가는 4,389농가에서 3,245농가로 줄었다. 물론 통계청의 농업관련 통계는 다소 부정확한 면이 있으나 추세상 농가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감소한 축산농가들 중 영연방 FTA의 영향으로 폐업을 선택하게 된 농가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왜 분석을 하지 않나? 축산농민도 국민이지 않은가.

정부는 이 분석부터 제대로 하고 FTA로 인한 피해의 정도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야 RCEP과 CPTPP 참여를 논의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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