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화가 안 돼요② 급체(急滯)

  • 입력 2021.05.30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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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평소엔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가도 가끔 배가 아프고 더부룩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구역질이 나기도 합니다. 명치 밑이 뭔가 꽉 막힌 것 같고 뭔가 알게 모르게 불편합니다. 체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급하게 체했다고 해서 급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음식에 몸이 상했다고 해서 식상증(食傷證)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음식이 소화돼서 내려가지 않고 남아있다고 해서 식적(食積)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체했을 때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 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실내에서 팔을 움직이면서 가볍게 걸어 주면 됩니다. 가볍게 체한 경우에는 이렇게 몸을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집니다.

두 번째로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핫팩이 있다면 배에 핫팩을 대는 것이 좋습니다. 핫팩이 없다면 따뜻한 물을 마셔주는 것도 좋습니다. 핫팩도 없고 따뜻한 물을 마시기도 어렵다면 손바닥을 배에 대고 손바닥의 열로 배를 따뜻하게 해줘도 좋습니다. 손바닥으로 배를 살살 마사지하듯이 문질러 줘도 좋습니다. 배가 따뜻해지기도 하고 배에 있는 혈자리들이 자극돼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체했을 때는 손을 많이 따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감염에 주의해서 잘 소독한 다음에 하세요. 엄지손가락의 손톱 안쪽에 소상이라는 혈자리가 있습니다. 이 소상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좀 내주셔도 되고요, 엄지손가락의 손톱 아래를 따라 안쪽, 바깥쪽, 가운데, 이렇게 세 군데에 피를 내주셔도 됩니다. 기왕에 손을 딴다면 충분히 피가 나오도록 따는 것이 좋습니다. 엄지발가락의 발톱 양옆 하단에는 각각 은백과 대돈이라는 혈자리가 있는데요, 여길 따주시는 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굳이 피를 보지 않으셔도 사관혈을 지압해주는 것도 참 좋습니다. 손등에서 엄지손가락과 두 번째 손가락 사이 살이 많은 부위에 합곡혈이 있습니다. 정확한 혈자리는 잡지 않으셔도 되고요, 이 사이를 눌러보다 보면 아프면서도 뭔가 뭉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습니다. 그 뭉친 곳을 잘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지압해주시면 됩니다. 손의 합곡혈과 비슷하게,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 사이에 태충혈이 있습니다. 이 합곡혈과 태충혈을 합해 사관혈이라고 부릅니다. 막힌 것을 뚫어주고 소통시켜주는 작용이 강해서 체했을 때 지압해주시면 효과가 좋습니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마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체형이 마르신 분들은 매실차를 따뜻하게 드시면 좋습니다. 체형이 통통하신 분들은 생강차가 좋습니다. 무도 소화를 잘 시켜주는데요, 특히 면 요리를 먹고 체했을 때는 무가 좋습니다. 짜장면에는 단무지가 같이 나오고 냉면에도 무채가 올라가듯이, 면 요리에는 항상 무가 곁들여 나오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무가 면을 소화시키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체하시는 분들은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차처럼 끓여 드셔도 좋습니다. 한의원에서는 무씨를 나복자라고 하여 한약재로 많이 사용합니다. 무도 무씨 못지않게 효과가 좋으니 잘 활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체하는 것은 보통 급하게 먹거나 과식할 때 그렇습니다. 때문에 급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시고 한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지 않는게 좋습니다. 또한 공복에 너무 찬 음식을 갑자기 먹어도 그럴수 있는데요. 더운 여름날 덥다고 차가운 음식을 급하게 드시면 특히 좋지 않습니다. 더운 여름철 시원하게 냉면을 드시더라도 따뜻한 육수라도 좀 마시거나 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드시고 드셔야지 곧바로 공복에 드시면 탈이 나기 쉽습니다. 

또 소화기는 사람의 마음과 연관이 많이 되는데요. 기분 나쁜 상황에서 식사를 했거나 많이 긴장되는 상황에서의 식사, 혹은 싫어하는 사람과 식사를 했을 때도 쉽게 체하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자리라면 조금만 드시는 게 좋고 기분이 나쁜 상태라면 조금 쉬셨다가 마음이 좀 풀리고 난 다음에 식사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노력들로도 잘 풀리지 않는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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